중간고사 기간에 층마다 있는 화장실 문 앞에 작은 카드가 붙었다. 시험기간 몇 배로 고생하시는 미화원 아주머니에 대한 감사가 짤막하게 적혀진 카드였다. 나는 그것을 층마다 붙여 놓은 학생의 세심한 배려에는 새삼 놀랐지만 카드 안의 감사하는 마음을 아주머니들께서 정말 받으실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시험기간에 몇 배로 고생하신다는 그 말에 너무나도 공감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화장실은 시험기간에는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엉망이 돼있었다.
물론 화장실 뿐만이 아니다 휴게실, 그리고 열람실, 휴지통 근처 등등 학교 안 어디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얼마나 여러 방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면 이렇게 무언가를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 버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오죽하면 보다 못한 중앙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앞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독수리 마크에 코팅까지 해서 붙여놓았겠는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은 단순한 스트레스에 표출일까. 아니면 얼마나 더 많은 학교의 비품을 사용하여 본전을 뽑을까 하는 다소 보복적인, 혹은 실리적(?)인 생각일까.
최초, 최고(The first, the best)를 지향하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쓰레기 내키는 대로 버리는 것, 학교비품을 마음껏 쓰는 것, 자신의 편의를 위해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과 같은 종목들에서는 이미 1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조차 든다. 이러한 행위를 비판하는 말조차 꺼내기 부끄러운 분위기는 지성인들이  공부하는 대학이란 장소에 의문을 품게 한다. 연세인, 무엇이 정말로 최초고 최고인지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최혜진(대기과학·석사 2학기)

최혜진(대기과학·석사 2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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