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권도 언론을 탐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정치권력뿐 아니라 상업권력, 심지어 개인조차 언론권력, 특히 보도권력은 곁에 두고 오래도록 써먹고 싶었다. 그런 까닭에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신문과 방송을 통제했고 민주화를 쟁취했던 지난 10년에도 언론은 정치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마 사회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영구한 독립은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다. 단지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YTN’의 언론인 해고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과거 MBC, KBS 언론인들이 방송독립을 외치다 해고되고 감옥에 간 이후 실로 20여년 만에, 군사독재를 벗어나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선진국 사교클럽 OECD 회원국이 된 나라에서 일어난 이해하기 어려운 언론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에 연거푸 패배했던 한나라당은 대선 패배가 KBS, MBC 등 지상파 TV 방송이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의혹’ 보도 탓이라 확신했다. 따라서 KBS, MBC 등을 정권 회복을 위해 반드시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할 첫 번째 대상으로 삼았다. 한나라당은 방송, 신문사 기자출신 의원들을 모아 ‘언론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고 KBS에서 2TV를 분리하여 MBC와 함께 민영화 하며 KBS TV 수신료를 폐지하고 신문방송겸영을 허용하여 조선, 중아, 동아일보 등에 지상파방송을 안겨주는 지상파방송 영향력을 축소 방안을 발표했지만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집요함은 2007년 집권에 성공하고 18대 국회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함으로써 꿈을 실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왔다.

KBS는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강제 사퇴시키고 정권의 기조를 구현할 사장을 임명함으로써 완전히 장악했다. 방송사 사장의 예산권과 인사권은 보도방향과 프로그램내용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KBS 뉴스와 프로그램은 사장 교체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MBC에는 ‘PD 수첩’에 검찰을 동원하여 압박하고 시청자 사과 방송을 하게하여 항복을 받아냈다. 이제 우리 언론의 대부분은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그물에 포획되었다. 신문은 이미 조중동이 이명박 정권의 정책기조를 앞서서 선전하고 있고 곧 방송도 같은 길을 갈 처지에 놓여 있다.

‘KBS 사원행동’과, YTN 노동조합이 해고를 무릅쓰며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고난의 길을 택한 것은 고용과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유효한 도구인 언론 수호를 위한 뜻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완성된다. 선거는 정권을 바꾸고 변혁을 이룰 수 있는 합법적 수단으로 주권자는 정확한 판단을 위한 정보를 주로 언론에 의지한다. 지상파방송과 보도전문방송은 정치적 아젠다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전파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치권력과 상업권력이 방송에 개입하는 순간 국민들은 왜곡된 정보에 노출되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과는 민주주의의 파탄으로 이어진다. 외부요인으로 인한 정보의 왜곡방지 의무가 언론인에게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은 목적이 아니다. 한나라당, 수구족벌신문, 재벌대기업의 수구반동복합세력이 영구히 대한민국을 운영하고자하는 목적을 두고 방송을 수단으로 삼을 뜻이다. 이들의 영구한 국정운영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형식의 민주주의는 남을 지라도 절차의 민주주의는 없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유지, 발전시키는 유효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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