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거론된 지 오래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 없어

신촌 거리는 언제나 붐빈다. 요즘은 저녁 7시만 되도 해가 지지만 수많은 상가들이 밝힌 불 때문에 많이 어둡지는 않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랜드마트 바로 옆에 위치한 ‘다주쇼핑센터(아래 다주상가)’는 서대문구에 비해 낙후된 마포구 지역 상권 중에서도 침체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다주상가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상 3층 건물이다. 지상을 관통하는 도로 형태의 1층에는 재래시장이 있고 2층과 3층에는 각각 쇼핑센터, 나이트클럽이 자리잡았다. 다주상가의 상인들 중 50대 이하를 찾긴 힘들다. 상가에서 물건을 사거나 국밥을 먹는 몇 안 되는 손님들도 그 연배가 많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더러 있는 젊은이들은 대개 근방에 살거나 주위의 학원 혹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다.

다주상가의 흥망성쇠

다주상가는 60~70년대 도시 환경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하천을 복개한 부지 위에 대형 상업 시설로서 지어졌다. 지난 1971년 준공된 이곳은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 호황을 이루며 신촌지역의 대표 상가로 취급받았다. 1층 재래시장에만 170여개 점포가 들어선 적도 있었다. 신촌에서 자란 연예인 ‘비’의 어머니도 ‘비’가 어렸을 때 다주상가에서 떡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다주상가 1층 재래시장에는 빈 점포가 수두룩하다. 36년 전 친척의 소개로 다주상가에 처음 입주하게 됐다는 포목점 주인은 “그랜드마트와 현대백화점이 생긴 이후로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35년째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배성규(66)씨는 “지금은 다 죽었다. 판매량이 70~80년대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옛날엔 상가들이 꽉 찬 것도 모자라 앞에 노점들이 있었고 사람이 정말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10년 전부터 새로 입주하는 사람이 없다”며 “지금 장사하는 사람들은 전부 예전에 들어와서 남아있는 사람들이고, 나간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다주상가 2층에 위치한 현대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한상학씨는 “다주상가 1층 점포의 경우 매매를 부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나가는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점포들이 빛바랜 간판을 내버려둔 채 흉하게 방치돼 있었고, 그 중 일부는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현재 다주상가 1층 바깥쪽에는 수입상품점을 비롯한 각종 잡화점들이 있고, 안쪽에는 주로 식료품점과 음식점들이 입주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장사가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다주상가 재개발계획 어디로 가나

지역발전을 위해 지어졌던 다주상가지만 90년대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그뿐 아니라 신촌로터리 쪽의 번화가와 그 반대편의 발달이 덜된 준주거지역을 단절시키는 공간이 되고 있다. 때문에 마포구청에서는 예전부터 다주상가 재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난 2006년에는 다주상가 부지 955평(3152㎡) 중 600여 평에 공원을 세우고, 상가 후문에는 길게 늘어선 다주상가 대신 고층 쇼핑몰을 세우겠다는 세부 개발 계획안까지 공개됐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도 진척은 보이지 않는다.
마포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가 많은 숙원사업”이라며 “일단 다주상가 건물주와 협의가 안 돼 일을 섣불리 진행할 수 없는 입장이고, 부지 자체도 구거부지라서 현행법상 건물을 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거부지는 지적법(地籍法)상 음용(飮用)이 불가한 소규모의 수로부지로, 쉽게 말하자면 하수도가 있는 땅이다. 하천을 복개해 그 위에 세운 다주상가도 이에 속한다. 원래 구거부지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지만 다주상가 건축 당시에는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마포구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신촌부도심 재생사업 공약을 발표했던 마포구 갑 18대 국회의원 강승규 의원 측은 “10년 정도를 잡아둔 장기적 프로젝트로 현재까지 특별히 나와 있는 계획은 없다”며 “다주상가의 경우 서대문구와 마포구에 걸쳐있는 지역이라 서대문구청과도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상가 상인들은 어떻게 될까

그러나 정작 다주상가 상인들은 이런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 야채 도소매 가게인 ‘가나안상회’ 주인은 “아주 예전부터 공원 만든다, 철거한다, 소리는 많았지만 계획을 전해들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과일가게 주인도 “바깥에서는 그렇게들 많이 알고 있고 또 그러기를 바라나본데 상인들에게 알려진 바는 없다”며 “예전에 신문에 재개발 기사가 나서 상인들이 모여서 항의하러 간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불확정한 사안이라 내가 어떻게 말 못하겠다”고 발언을 피했다.
다주상가가 재개발되면 상인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마포구청이 밝힌 계획안대로라면 다주상가를 허물고 지어지는 쇼핑몰에는 다주상가 상인들이 우선 입주될 예정이다. 그러나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가방가게 주인 배씨는 “내 나이가 있는데… 뭐 이젠 관둘 때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나안상회’ 주인도 “(다주상가가 재개발되면) 애로사항이 많다. 여기 있는 사람들 돈 있는 사람도 없고, 배운 것 없이 장사만 해온 사람들인데 그나마 요샌 장사도 되지 않는다”며 “자리만 지키고 있는 셈인데 그것도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백지원 기자 kaleidoscope@
사진 김가람 기자 super100@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