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자유'를 연상시킨다. 고등학교 3학년 체육시간, 실기시험을 위해 2점슛 연습을 하다가, '이거 너무 재밌잖아'하던 친구 둘과 농구를 시작했다. 남자아이들이 축구하는 운동장 한 귀퉁이에서의 피구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단체 운동을 해본 것이었다. 규칙도 잘 모르고 슛 성공률은 희박했으나 가슴이 벌렁거릴 정도로 재밌었다. 놀랍게도 매일 점심시간마다 10명이 넘는 여자아이들이 모였다. 교실에 우리들의 땀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어쭈? 금방 싫증내겠지.'하던 남자아이들의 반응은 한 달이 지나자 '야, 우리 농구코트 내놔'로 바뀌었다. 체육관에 농구코트는 2개였다. 하지만 이제껏 당연하게 둘 모두를 써왔던 남자아이들의 입장에선 하나씩 나눠 쓰는 것을 '강탈'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날이 갈수록 '슬램덩치'(여자농구팀 이름이다)가 더 신나게 농구하자 남자아이들은 하나둘씩 웃통을 벗기 시작했다. '외간남정네'의 맨몸을 본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여자아이들 몇몇이 체육관에 오지 않기 시작했다. 분노한 '덩치'들은 따져 물어 싸웠고, 남자아이들은 다시 티셔츠를 착용했으며, 코트는 처음으로 모두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덩치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대학 입학 이후 한 번도 농구코트에서 여자를 보지 못했다. 새벽에 혼자 슛 연습을 해보았지만 재미가 없었다. 집에 놓아둔 농구공에는 먼지만 쌓였다. 그러다 기적처럼 농구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그 만남이 여자농구단으로 이어졌다. 그 친구 덕분에, 또한 함께 농구하고 싶다는 많은 여성들 덕분에 나는 다시 자유를 꿈꾸고 있다.
연세대학교 초록색 농구코트에서 여자 친구들이랑 농구하고 싶다. 최고속도로 뛰어본지도 너무 오래되었다. 땀 냄새를 지독하게 풍기며 웃어보고 싶다. 누군가에게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 없이 몸을 움직이고 싶다.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기 위해 운동하고 싶다. 그냥, 농구가 정말 하고 싶다.

* 같이 땀 흘리며 농구할 분들을 모집합니다. lalata@hanmail.net로 연락주세요.
정명화(사회·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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