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 모집을 위해 학관 앞 데스크에 앉아 있으면 재미있는 풍경을 많이 보게 된다. 학관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도 쏠쏠하지만 요즘 같은 동아리 모집 홍보 기간에는 심심찮게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단체도 있기 때문이다. 큰 소리로 동아리 홍보를 하는 학생들도 보기 좋았고 새로운 신입회원을 받기 위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책상들도 활기차 보였다. 특히 복싱 동아리로 추정되는 학생들의 복싱 퍼포먼스는 기억에 남는다.
이렇듯 데스크에 앉아 있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볼거리들이 가끔씩 선보여지던 어느 날이었다. 중도 앞에서 한 무리의 학생들이 단체티를 입고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남학생이 마이크로 김건모의 「핑계」, 엄정화의 「몰라」, 박진영의 「날 떠나지마」 등 우리 또래가 유년이던 시절 히트했던 가요들을 잇달아 부르고 다른 학생들은 거기에 맞춰 율동을 했다. 그들은 연고전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는 ‘안티 연고전’ 학생들이었다.
열정적으로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피력하고자 하는 대학생들은 아름답다. 학과 공부 이외에도 자신이 소속된 단체를 위해 자신의 열정을 바치는 대학생들은 대학생활의 맛을 아는 낭만주의자들이다. 나는 그러한 학생들 가운데서 대학캠퍼스의 젊은 에너지를 느끼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젊은 에너지’들은 어딘가 모르게 고립된 느낌이었다. 마치 오래된 일부였던 것처럼, 많은 연세인들은 그들에게 어떠한 관심의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저 지나쳤다. 먹고 살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는 대학생들에게 학업 외의 활동들은 사치라고 느껴지는 것 같다. 실제로 요즘 대학생들은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으니 자기가 관련돼 있고 소속돼 있는 단체의 일만을, 그나마도 자기의 일만을 똑부러지게 챙겨한다.
소위 명문사학이라 불리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이여,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학내의 일은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피력하자. 연고전의 찬반 여부를 떠나서 안티 연고전을 외치던 그 학생들의 모습만큼은 오늘날 꼭 필요한 대학생의 모습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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