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소유물을 훔치는 짓을 그만두지 못하겠는가? 왕이 개를 좀 키우면 안 될 일이 무엇인가? 그 개의 처소는 몇몇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개 대신 머물고 싶어 하지는 않을 유일한 장소일 뿐이니라.”

- 영국의 왕 찰스 2세가 도둑맞은 애완견을 돌려줄 것을 호소한 신문 광고

애완동물을 잃어버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다. 함께 산 동물에게는 쉽게 잊기 힘든 친근감과 유대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은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살아왔다. 북이스라엘에서는 개와 인간이 함께 묻혀 있는 구석기시대의 무덤이 발견됐으며 고대 이집트인들은 개, 고양이 등을 그림으로 남겼다. 우리나라도 주인을 구한 충견 이야기인 ‘오수의 개’ 설화 등을 통해 예부터 동물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동물과 인간이 가깝게 지내온 것에 비해, ‘반려동물(伴侶動物)’이란 말은 지난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등장했다. ‘가지고 논다’는 뜻의 애완동물(愛玩動物)을 ‘인간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반려동물이라 부른 이유는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간관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직, 간접적으로 해결하는데 효과적이란 것이다. ‘동물매개치료’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유대감 또는 애정을 질병 치료에 활용한 예다. 재활승마, 돌고래치료 등이 있으며 특히 재활승마의 경우 척추손상, 자세결함 등의 신체장애를 안고 있는 이들의 허리, 다리 등의 근육 발달에 도움을 준다. 이밖에 반려동물은 상실감, 만성질환 등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심적으로 의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아이들의 정서적인 면과 신체적인 면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친사회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발표가 있다. 미국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상호 교화 과정’(PAL, People and Animals Learning)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소외 아동들은 버림받은 동물을 돌보며 책임감을 기르고 생명을 존중하게 된다. 미국 의사 협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Wednesday's Journal'은 어려서부터 집안에 개나 고양이 두 마리 이상과 함께 살아온 아이들의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발병률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인체의 면역체계가 개나 고양이에게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에 자주 노출될 경우, 이에 대한 반응 강도를 조절하는데 숙달이 돼 알레르기 증세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의 이혜경씨는 14개월 된 아들 김민준군과 강아지 두 마리를 함께 키우고 있다. 개와 아이를 함께 키울 경우 아이에게 아토피 등의 질병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씨는 “건강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이씨가 키우는 ‘몽이’는 한 쪽 눈을 잃은 유기견이었고 ‘영심이’는 유기견 안락사 직전에 이씨가 집으로 데려왔다. 이 둘은 지금 민준이네 가족 품에서 어엿한 한 식구로 살고 있다. 

 ‘반려’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를 뜻한다. 또한 반려자는 평생을 함께하는 배우자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반려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런 반려란 말을 애완동물에게 붙였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대하는 마음의 깊이가 깊어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씨는 “누군가에게 있어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가 단 하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가정에는 식구들이 있고 또 동물이 있을 수 있다. 이 모두가 따뜻하게 교감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애완동물은 이제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은 가족으로 맞이한 ‘생명’이기에 쉽게 사고 버릴 수 없다. 반려동물이란 그 대상이 동물일 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친구이자 가족이란 점에서 인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박영일 기자 pyi0407@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