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 10.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현대미포조선에서 선박의 수리, 검사업무를 하던 노동자 30명이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종업원지위 확인 소송에서 현대미포조선이 하청업체인 용인기업(노동자들은 형식적으로는 이 하청업체 소속으로 되어 있었다.)과 체결한 계약은 도급계약을 위장한 것(위장도급계약)에 불과하고 노동자들은 원청회사인 현대미포조선에 처음부터 고용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은 현대미포조선이 원고들의 채용, 승진, 징계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였고 작업과정에 있어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하여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은 물론 하청업체인 용인기업은 독자적인 사업장비 등 사업경영상 독립적인 물적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모두 현대미포조선이 이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용인기업은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들인 원고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 회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오히려 피고 회사(현대미포조선)가 원고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는 직접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2007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랜드-뉴코아 사태는 1년이 지난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차별금지 등 비정규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계산인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 업무를 용역업체로 넘기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용역업체로 넘어간다는 것은 전혀 다른 회사가 그 일을 한다는 것인데, 용역과 아웃소싱, 도급의 이름 아래 사실상 뉴코아가 노동자를 사용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으니, 이렇게 하는 것이다.

3년이 넘은 KTX여승무원, 우린 KTX를 타면서 그들이 철도공사 직원이라는 것에 추호도 의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도 하청업체인 철도유통 소속이었고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주장을 하고 나서자 철도공사가 KTX관광레저로 도급계약처를 바꾸면서 하루아침에 전원해고가 되었다. 1000일이 넘은 기륭전자 불법파견 여성 노동자들, 300일이 넘은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 등 아직 투쟁이 현재진행형인 사업장이 모두 간접고용과 관련된 사업장들이다.

오늘날 파견, 용역, 도급 등의 이름으로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회사는 뒤에 숨어 사용자로서 마땅히 져야 할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고 그 모든 것을 힘도 없는 하청업체에 떠 넘기는 간접고용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원청회사는 이를 빌미로 하청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강요하고 있다. 그나마도 또 용역업체가 중간이득으로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이중의 중간착취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코스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절반도 안되는 임금을 주면서 이들에게 정규직 노동자의 옷을 입히고 정규직 명함을 쥐어주며 증권회사에 나가 일하게 하였다. 왜냐하면 증권회사와 계약을 맺을 때 정규직 노동자가 관리하는 것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노동법은 어디에도 간접고용 노동자라고 하여 노동법을 적용하지 않고 노동기본권이 없다고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원청회사는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정하면서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어 노동 3권은 물론이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종래 소사장 제도나, 모자회사 관계 등 경영적 지배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하던 원청회사와의 직접 근로관계를 더 넓게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만 하다. 이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단순한 인력파견에 불과한 사내하청을 비롯한 간접고용 형태에 대하여는 적극적으로 원청회사와의 직접고용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기를 기대한다. 처음부터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하든, 아니면 최소한 불법파견으로라도 엄격히 규제하여 도급계약으로 회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노동으로 생기는 경제적인 이익도 가져가고 권한도 행사하는 원청사업주가 사용자로서 책임도 지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상식을 지키라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규에 대하여 뉴코아에만 119억 등 수백, 수십억의 손해배상청구와 구속과 형사처벌, 해고로 답을 하고 있다. '법'은 이미 상식의 최소한이 아니라, 상식을 거부하는 자들을 보호해주는 방패막이가 된지 오래인 모양이다.
많이 늦었지만 법원은 이 판결을 계기로 노동자의 인권 보호에 대한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주기를 고대한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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