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경복궁 흥례문 앞에서 매일 아침 9시부터 정시마다 수문장 교대의식을 행하고 있다.수문장은 임금이 사는 궁궐의 문을 지키는 책임자다. 수문장 제도는 조선 예종 1년(1469년)부터 왕실을 호위하는 수문군을 따로 두면서부터 시작됐다. 따라서 행사에서 재현되는 의복과 무기, 모든 의장물들은 조선 전기의 모습 그대로다. 수문장들로 이루어진 수문군들은 한 시간 마다 근무를 바꾸는 ‘교대의식’과 궁궐 주변을 순찰하는 ‘순라의식’도 함께 한다.

북을 울려라, 수문장이 살아 돌아온다

 수문장들은 매일 흥례문을 굳건히 지킨다. 하지만 초여름의 더운 날씨에 조선 전기의 의복을 겹겹이 갖춰 입고 모래 광장 위에 서 있는 일은 결코 쉽지않다. 오래 서 있기도 어렵지만 땡볕의 열기는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그들의 흥을 북돋우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수문군의 한 부대인 ‘취타대’다. 취타대는 수문군이 입식 · 퇴식할 때 사기를 높이는 수문군의 감초다.

 취타대는 수문군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부대인 만큼 기본 수문군이 받는 정규교육과 함께 따로 취타대 교육을 받는다. 취타대에서 다루는 악기는 나각, 나발, 징, 자바라, 용구 등인데 본격적으로 취타대로 선발되기 전 2주 동안 교육기간을 거친다. 취타대의 인원은 고정돼 있으나 부득이한 이유로 빠진 인원을 보충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행사에서 다루는 모든 악기를 잘 다뤄야 한다.

 수문군의 근무원칙에서 제일 우선되는 것은 근엄함이다. 수문군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말을 삼가야 한다.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이뤄져야하고 발걸음부터 악기, 행렬까지 절도있게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도 사람이다 보니 가끔 실수를 한다. 칼이나 깃발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때 아닌 웃음이 터져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수문군 대열이 좌우 대칭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을 갈때는 반대편 같은 행, 열에 있는 사람과 함께 가야한다. 게다가 수문군은 화장실이 급한데도 타박타박 각 잡힌 걸음을 걷는다니 여간 고생이 아니다.

 이규진(28)씨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해 작년부터 취타대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근무 중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묻자마자 이씨는 “초딩(초등학생)”이라고 반색한다. 초등학생들의 짓궂은 장난은 가지가지다. 느닷없이 2단 옆차기를 하기도 하고 급기야는 새총으로 돌을 쏘기까지 한다고. 또 하루에도 몇 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만지고 툭툭 치고 껴안기까지 하니 진땀을 흘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씨는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신기해하고 즐거워 할 때면 그간의 노고가 한 번에 날아간다”고 했다.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 현대의 사람들과 과거 사람들을 이어주는 경복궁의 수문장들. 그들의 패기와 열정이 한 낮의 경복궁을 더욱 빛나게 한다.                

  
        글 김규진 기자 loveme@
사진 김지영 기자 euph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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