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 돌아오는 출소자들이 말한다

 순간의 실수로 4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한 K씨는 출소를 두 달 남겨둔 시점에서 막연한 허탈감과 두려움에 빠졌다. 그는 남은 두 달 동안 앞으로 사회에서 적응할 일을 걱정해야 했다. 그때 그는 ‘한국갱생보호공단(아래 보호공단)’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꿈을 갖게 됐고, 사회의 일원으로 새 출발할 수 있었다.

<보호공단 『다시 만나는 세상』  겨울호에서 발췌>

 출소자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 활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원 활동을 하는 단체의 수는 적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출소자들이 받는 사회적 ‘지원’

 현재 법무부는 한국갱생보호공단을 운영해 출소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보호공단에서는 출소자들을 위해 △숙식 제공 △직업 훈련 △취업 알선 △긴급 원호 △주거 지원 △사회성 향상 등의 보호 서비스 활동을 하고 있다. 보호공단의 유병선 기획팀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으로, 출소자들이 재범하지 않고 일반인들과 똑같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출소자 지원 사업의 실효성은 입증된 상태다. 현재까지 지원 사업으로 도움을 받은 출소자들의 약 0.77%만이 재범을 행했다. 도움 받지 못한 출소자들의 재범률이 약 51%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재범률이다.  유 기획팀장은 궁극적으로 출소자 보호 사업의 혜택이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비용을 넘어 재범이라는 것은 인명과 같이 중요한 가치가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출소자 지원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종교단체들도 출소자 사회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조직적인 교도사목의 필요성에 의해 조직된 ‘사단법인 천주교사회교정사목위원회(아래 위원회)’는 지난 1970년 4월 2일 서울 대교구에 의해 시작됐다.
현재 위원회에서는 출소자들을 위해 ‘평화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평화의 집은 출소자들을 위한 쉼터로 여러 가지 상담과 취업 알선 등의 활동을 한다. 또 경제적 능력이 어려운 출소자들이 1개월 동안 종로에 마련된 쪽방에 살면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요즘 위원회에서는 ‘기쁨과 희망 은행’ 사업을 계획 중이다. 위원회 김나연 직원은 “기쁨과 희망 은행에서는 출소자들을 위한 창업 교육과 소액담보대출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출소자들이 받는 사회적 ‘냉대’

 하지만 정부·비정부 차원의 출소자 지원 활동은 여러 가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재소자 중 13만명 정도가 해마다 출소하고 있다. 이 중 연고지가 없는 출소자들이 약 1만3천명 정도인데 보호공단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고작 2천7백여 명에 불과하다. 각 지역에서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출장소를 지을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출소자들을 도와줄 인력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출소자 2천7백여 명을 관리하는 보호공단의 전 직원이 다 해봐야 139명 정도다.

 이처럼 기본적인 물적·인적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소자들을 위한 지원 활동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반면 프랑스에서는 출소자지원센터를 국비로 운영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갱생보호회’라고 하여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총 운영비의 90%가 넘는다. 또한 출소자들의 자활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들에게 평생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은 물론 주거공간을 마련해 준다. 싱가포르와 일본도 출소자들을 위한 사회적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예산부족 문제로 행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출소자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출소자들의 사회 적응 지원을 어렵게 하고 있다. 보호공단의 유 기획팀장은 “일반 사람들은 출소자라고 하면 거부반응부터 보인다”며 “출소자들은 우리사회의 소외된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인식보다 범죄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원회의 김 직원도 “출소자들이 1년 정도의 기간을 거치며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가지만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 기획팀장은 이어 “지원 단체에서 출소자들의 사회 적응을 위한 예산지원을 국회에 청원하더라도 본회의에 상정되기도 전에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출소자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 기획안들이 부정적 여론에 가로막혀 폐기돼버리는 것이다. 범죄자들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문제다. 범죄를 저지르게 된 사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범죄자의 전과에 집중해 보도하고 있다.

사회로 향하는 출소자들의 ‘도전’

그러나 희망은 존재한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담안 선교회’는 지난 1985년도에 생겨나 현재까지 많은 출소자들을 위한 적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초기에는 여느 출소자 지원 단체와 마찬가지로 출소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부족한 예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지역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담안 선교회’에서 출소자들을 돕고 있는 장능규 집사는 “출소자 사회 적응 사업 때문에 마을에도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며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 출소자들을 위해 명절에 떡과 같은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격려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인식이 좋아지면서 지원금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선교회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집사는 실제로 폭력전과 5범이며 세번의 실형을 받았다. 그는 그들의 입장에서 출소자들의 사회 적응을 도우며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곳에서 사회 적응 훈련을 받은 출소자들이 일반인들보다 모범적인 생활을 한다는 그의 증언에서 출소자들에 대한 희망과 지원 활동의 필요성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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