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단체티가 최고예요!

계절의 여왕 5월, 캠퍼스는 지금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차있다. 연중 치르는 큰 행사 대부분이 5월에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동제 주점 등의 준비로 여념이 없다.
축제가 다가오면 각 단체는 가장 먼저 단체티를 주문하고 깃발을 점검한다. 응원제나 대동제 모두 공동체 단위로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소속을 확실히 해주는 단체티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이정근(외문·08)씨는 “파란색 계열의 티셔츠를 색색이 맞춰 입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축제 기분이 절로난다”며 “우리 반이 어디에서 무얼하는지 단숨에 알아볼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깃발 역시 단체가 이동하거나 집결할 때 꼭 필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반이나 동아리가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단체티와 깃발은 이제 대학 축제문화의 한 부분으로 명실공히 자리를 잡았다.


신촌캠, '파란'을 입고 젊음을 외치다

▲ 문과대 사고7반 단체티. 단순한 다지인으로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단체티는 공동체를 표현하기 때문에 우리대학교를 상징하는 파란색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각 반이나 동아리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그림이나 글자 등을 넣어 반에서 직접 주문하게 된다. 단체티를 만드는 과정도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축제의 일부다.

 사회과학대 ‘우리사2반’은 이번 축제에 여러가지 원색이 섞인 발랄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번 단체티는 신입생이 낸 아이디어가 반 자체 공모전에 채택돼 제작했다. 여느 캐릭터 티셔츠 못지않은 디자인으로 평소에 입기도 부담 없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문과대 ‘사고 7반’은 ‘I ♡ SAGO7’이라는 간단한 문구를 넣은 반티로 반에 대한 사랑을 과시한다. ‘사고7반’ 회징인 박성수(인문·07)씨는 “복잡하게 그림을 넣기 보단 단순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며 “매년 반티 공모전을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반티를 디자인 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우리사2반’과 ‘사고7반’은 매년 ‘반티공모전’을 열어 반 구성원들 모두에게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의 디자인이 채택된 학우에게는 상품을 주는 등, 제작하는 과정이 또 하나의 행사가 됐다. 단체티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종합돼 협의 아래 만들어진다. 각 반에서 자체적으로 시행되는 여러 디자인 행사들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돕고 이를 수렴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디자인이 대부분 통일돼 반티에 비해 변형을 거치지 않았던 깃발 역시 변신을 시작했다. 깃발은 이제 매년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학생들을 만난다.

 상경대 ‘경영 4반’은 자체적으로 깃발 담당 부서를 두고 깃발을 매년 말에 새로 제작한다. 깃대의 길이부터 깃발의 두께와 길이까지 상세하게 결정하며 디자인은 한자 ‘死’를 새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문과대 ‘독 4반’ 역시 독사아트부를 두고 있다. 독사아트부는 깃발과 반티 디자인을 총체적으로 맡고 있어 반 내의 축제 문화를 선도한다.

 경영 4반 회장인 이장권(경영·06)씨는 “깃발을 만드는 것은 연례행사 중 하나다”며 깃발을 새로 교체하는 것은 “전 해의 깃발의 부족함을 보완해 나가면서 최고의 깃발을 만드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영 4반의 깃발은 우리대학교 내에서 가장 크다고. 반을 나타내는 깃발에 열정을 쏟아내는 학생들의 모습이 축제의 열기 못지 않다.

원주캠, 파란을 변형한 우리의 스타일

원주캠 역시 오는 19일부터 시작하는 대동제 준비로 한창이다. 개교 이후 원주캠만의 대동제가 생기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었다.개교 후 30년이 지난 지금, 원주캠의 축제는 일년 중 가장 큰  행사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아카라카를 온누리에(아래 아카라카)’ 역시 지난 2003년에 처음으로 진행됐다. 원주캠의 대동제는 신촌의 대동제보다 역사는 짧지만 특색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주캠에서도 단체티를 제작 중이다.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드리는 학과가 있기도 하고 학생회에서 직접 디자인하는 과도 있다. 연세를 상징하는 파란색을 변형해 남색, 검정색, 회색 등의 색으로 단체티가 만들어지고 있다.

▲ 원주캠 생멍과힉기술학부의 단체티는 원숭이 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잇어 눈길을 끈다

 시각디자인과는 학과 학생들에게 지난 4월 7~16일까지 단체티 디자인을 공모했다. 학생들에 의해 선정된 단체티는 현재 제작 중이다. 이번에 생명과학과와 응용생명과학과가 합쳐져 새로 신설된 생명과학기술학부는 학생회의 주도로 단체티를 제작했다. 티셔츠의 뒷면에는 원숭이 모양의 캐릭터 밑에 영어로 과 이름을 적어넣었다. 티셔츠의 앞면은 연세를 상징하는 'Y'가 왼쪽 가슴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이동열(과기생명·05)씨는 “과티에 캐릭터를 넣어 다른 학과와 확연히 구분되는 과티가 제작됐다”고 말했다. 의공학부 역시 학생회의 주도로 단체티가 제작됐다. 흰색으로 'Biomedical Engineering'이라고 티셔츠의 앞면에 적혀져있는 과티는 단순하지만 매력이 있다. 티셔츠의 뒷면은 'YONSEI UNIVERSITY'라고 적혀져 있다.
원주캠은 신촌캠과 달리 단과대별로 대동제 기간에 체육대회를 진행한다. 이때 깃발은 필수품이다. 비록 대부분의 깃발들이 과명, 연세마크로 등으로 단순하게 이뤄져 있지만 그 역할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 양현아(과기화학·07)씨는 “과깃발은 단체티와 마찬가지로 결속력을 키울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깃발은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흡하는 파란 물방울 알갱이들

이처럼 단체티와 깃발은 축제를, 그리고 대학생 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소품이다. 최근의 대학생들은 개개인만의 특별한 정체성과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모순적으로 공동체에 소속되기를 원한다. 김영인(인문·07)씨는 “대학생이 되고 나니 자율성이 보장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좋지만 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두렵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개인적 중압감을 해소할만한 공동체 문화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진 현재 대학생들의 모습이다.

 반티와 깃발은 ‘같지만 다른’ 집단성과 개인성을 가졌다. 전체적인 틀은 같으나 그 안에 그려지는 각 공동체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양 쪽 부분을 두루 갖춘 이 둘의 특성은 현 시대의 학생들의 필요에 딱 들어 맞는다.
개인주의가 현대사회의 기본 틀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집단 문화에 바탕을 두었던 대학생문화도 점차로 개인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축제의 함성은 과거보다 가라앉았지만 대신 학생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주체적인 축제를 즐긴다. 이러한 축제문화의 중심에서 반티와 깃발은 다채로운 성격을 가진 학생들을 모아줄 수 있는 하나의 중심이 되고 있다.

 곧 있을 아카라카와 대동제에서 보게 될 파란 물결 속에는 물방울 같은 연세인들이 들어있다. 하나의 끈으로 모아져 즐거움을 만끽할 우리. 지금 캠퍼스는 들떠있다.

글 김규진,안형선 기자 fairy576@
사진 김가람,임유진 기자 smileagain@

자료자진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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