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등록금이 올랐다. 8.9%. 아직까지는 단과대 별로 약간 차이가 있지만, 이대로 등록금이 계속 오른다면 이제 ‘등록금 1천만 원 시대’ 라는 말은 어느 새 식상해지고 아마 ‘1천 5백만 원 시대’ 또는 ‘2천만 원 시대’가 조만간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상황에 답이라도 하듯 이미 사회 각계에서는 등록금에 관련된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등록금 후불제를 비롯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측은 학교를 졸업한지 꽤나 오래 된 정치인들이나 시민단체의 사람들이고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은 별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현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학생들도 있지만, 좀 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늘 문제로 남아 있다.

지난 3월에는 등록금과 관련된 큰 행사가 두 개 있었다. 교내에서 열렸던 촛불문화제와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던 ‘등록금 완전정복’행사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교내 여기저기에서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 너무 올랐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사람들의 얼굴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촛불 하나 손에 드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웠을까. 조금 춥긴 했지만, 단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웠을까. 왜 이런 것일까, 등록금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아지면 정정당당히 학교 측에 요구를 해 등록금을 낮추려 하기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나라도 더 해 돈을 더 벌어서 등록금에 보태거나 대출을 받은 뒤 나중에 자신이 ‘잘 나갈 때’ 갚을 생각을 하는 것이 요즘의 흐름인 것 같다. 오히려 문제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취업에 도움도 안 되는 쓸데없는 짓을 한다’느니 ‘운동권’이라느니 하는 등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등록금이 너무 높다”라는 이야기는 모두들 한다. 그러나 참여는 모두들 하지 않는다. 두 시간 정도 백양로에서 한 개의 초를 들고 있는 것보다는 미래를 위한 학점과 토익과 토플이 더 중요했던 것일까. 아무리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 한들, 그 정도의 여유와 고민도 없었던 것일까. 우리들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김현성 취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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