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은 서초구의 양재동을 가로질러 강남구 개포동과 대치동으로 흐른다. 소위 한국의 부촌이라 불리는 지역들을 차례로 관통한다. 타워팰리스가 보여주듯 양재천을 중심으로 한국의 성공 신화는 펼쳐진다.

하지만 양재천을 찬찬히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우리는 예상치 못한 광경을 맞닥뜨린다. 잔디마을, 포이동 266번지 등 빈곤지역이 양재천을 따라 드문드문 형성돼 있다. 기름값을 감당 못해 보일러도 맘껏 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양재천을 중심으로 부와 빈곤이 공존한다. 아이러니하다.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자본의 소유 여부에 의해 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취재하며 기자가 받은 더 큰 충격은 자신의 마을에 빈곤지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길 건너 공인중개소도 ‘그런 마을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불과 몇백미터 떨어진 이웃의 삶이건만 ‘나와 상관없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빈곤지역은 사람들의 인식에서 고립돼 있었다.

우리대학교로 무대를 옮겨보자. 기자가 지난 한달간 양재천을 돌아다니며 느낀 이웃에 대한 무관심은 연세대에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그간 학교의 새벽을 지켜주는 청소부 아주머니부터 늦은 밤 단과대의 문을 열어주던 경비실 아저씨까지 노동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이웃인 학생들은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학교 사정에 늘 관심을 가지고 살핀다 생각했던 기자도 모르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한달 전 양재천에서 만난 무관심한 주민들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었다.

사회부  김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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