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솔직히 한동안 ‘연세춘추’를 읽지 않았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꼽는다면 춘추가 지닌 어중간한 성격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춘추는 학교와 학생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하지 못 했고,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결국은 학교 측의 입장으로 수렴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 왔었다. 그렇다고 해서 요새 학생들이 주로 읽는 대학생 주간지만큼이나 흥미 있는 기사를 싣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물론 한쪽으로 편향되지 않으려는 춘추의 고민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성과 중립성에 견지하면서도 보다 독자에게 호소할만한 기사를 실어야 학생들은 춘추를 외면하지 않는다. 때로는 성역 없는 독설로 후련하게, 때로는 신선하고 재미있게, 학생들이 춘추를 집어 들게 할 만한 유인 요인이 무엇인지 보다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난 호에서 춘추는 등록금 해결을 위한 촛불문화제와 학내 비정규직 용역노동자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등록금은 학생들이 가장 피부로 와 닿고 있는 문제이고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학생들이 자칫 쉽게 외면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기에 이번 호 춘추의 보도는 학생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제주 4.3 사건에 대한 기획기사 역시 학생들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중요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소개하였다는 점에서 춘추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연세춘추 지난 1585호 여론/칼럼면의 ‘기자비망록’은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를 다룬 춘추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만약 지난 ‘기자비망록’에서 다룬 비정규직 연대활동의 주체가 ‘살맛’이라면) 개인적으로 비정규 노동문제를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임인 ‘살맛’ 구성원들의 지나온 활동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들의 진정성을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가진 진정성은 그들이 보여준 실천을 통해 검증된다. 

‘살맛’ 구성원들이 보여준 실천은 적어도 기자가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할 만큼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지 않다. 글을 쓴 기자의 지난 기사를 살펴보니 작년에 큰 논란이 되었던 학내 성소수자 공동체 ‘컴투게더’의 중앙동아리 정식 승인에 대한 기사를 썼다.

이 기사로 인해 진정성을 가지고 활동하던 이들이 받은 상처를 기억한다. 현상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는 기사는 결국 독자들의 등을 돌리게 한다는 사실은 춘추 편집진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언론비평동아리 씨알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