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대훈(정외·06)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운하가 생긴다고 한다. 이름하여 한반도 대운하! 필자처럼 집이 남도에 있는 연세인들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이제 더 이상 명절에 차표를 구하기 위해 한 달도 전부터 수강신청을 방불케 하는 클릭질을 일삼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우리는 기차가 주지 못하는 여행의 낭만을 수백 배로 만끽하며 고향으로 갈 수 있다. 어떻게? 바로 뗏목이다! 

 상상해보라. 학교 뒷산의 나무를 베고, 한강 둔치에서 대규모로 뗏목을 만드는 ‘한가위 귀향 뗏목단’이 앞으로 학생회의 연간 주요 사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한강에서 낙동강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대운하, 반 깃발이 휘날리는 뗏목, 그리고 그 위에서 편안히 낮잠이나 즐기며 여행의 낭만을 구가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유람선을 타고 가는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우리에게 초콜렛을 던져줄 것이고, 화물선의 선원들이 힘내라고 손을 흔들어 줄 것이다.

참, 뗏목 위에서 응원도 할 수 있겠지? 멀쩡한데도 운하 건설을 위해 10조 이상의 비용을 들여 완전히 새로 단장한 60여개의 교량들을 하나하나 세어 보는 즐거움은 자그마한 보너스에 지나지 않는다. 집에 와서는 수돗물을 틀면서 “와, 우리가 타고 온 물을 집에서 마실 수 있네!” 라고 외칠 수 있는 재미! 물론 다소의 환경파괴가 있을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난 이기적인 유권자다. 어쨌든 남도에 사는 나 같은 연세인에게 대운하는 충분한 메리트를 가진다.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 후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연세인들은 분명히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모의원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면” 국민들이 대운하에 찬성해준 것 아니냐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 대운하 건설과 관련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오는 4월 9일, 투표하기만 하면 된다.

일단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다수당만 되면 설사 대한민국 전체가 반대하더라도 운하 착공에 들어가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설마 제2의 지율스님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겠지? 혹시 나온다고 해도 대운하는 여러 구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사이므로 사실상 막기는 힘들 것이다. 명심하자. 4월 9일에 투표하기만 하면 된다. 일단 대운하만 생기면 우리의 낭만은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모두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하지만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p.s.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여럿이 모여 집회도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지난 3일 선관위가 대운하 찬반 집회를 금지시켰다고? 괜찮다. 아직까지 찬성 단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짜고 치는 꼴이 너무 뻔히 보이지 않는가? 자, 속지 말고 찬성 집회에 나서자.

/황대훈 (정외 05)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