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다 보면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생들을 자주 본다.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뭔지 모를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자주 만나다 보니, 그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일도 아닌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의 이러한 생각은 한숨과 함께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항상 발 벗고 나섰던  A의 양면적인 행동때문이었다.

신촌 굴다리 밑에는 추운 날씨에도 아침마다 각종 전단지들을 나눠 주는 아주머니들이 계신다. 이들도 하루에 몇 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그것도 전단지를 다 돌려야만 돈을 받을 수 있어 일반 알바보다 열악하다. 어느 날 등굣길에서 마주친 A는 이런 아주머니들이 안중에 없는지, 어느 아주머니가 건넨 전단지를 밀며 담뱃불을 붙이고 유유히 사라졌다. 신호등도 채 파란불로 바뀌지 않았고, 담배를 필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에서도 그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았다. 그 아주머니도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은데, 아니 어쩌면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데, 그렇게 매정하게 뿌리치는 모습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그의 평소 모습과 그 모습이 오버랩 됐다. 지금까지 아주머니들의 자식과 같이 행동했던 것이 과연 그의 진심일까? 단지 나중에 자기소개서에 한 줄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전단지를 돌리던 노동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A의 비정규직연대활동은 위선이 아닌 진심이었기를 바란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이것이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동진 기자 banya8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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