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의 규모는 9천7백13억 달러에 달했고 이를 인구수로 나눈 일인당 국민총소득은 2만45달러였다. 전체 경제규모로 보면 세계 10위권이며 일인당 소득수준으로 보면 세계40위권이다. 한국경제가 드디어 열망하던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는 과연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이 숫자에 대한 열망 뒤에는 국민들의 삶이 한 단계 더 윤택해지고 한국경제가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읽어내고 싶어 하는 희망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돌입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도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과연 국민들 중의 몇 퍼센트가 한 단계 더 윤택해진 삶을 체험하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한국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한 걸음 성큼 다가섰다고 볼 수 있을 만한 경제구조와 잠재력을 갖추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국민소득 2만 달러가 주는 희망의 메아리가 쉬 사그라지고 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일인당 국민총소득이 4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선진국의 대열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선진국보다 빠르게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높은 성장률을 장기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생산적인 경제활동이 활발히 전개되도록 하는데 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은 기업 활동이 전체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지 일부 기업들에게만 편향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형성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즉, 대규모 기업집단에 의한 독과점의 심화를 지양하고 공정한 경쟁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건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경제학 개론서에서는 독과점이 시장의 실패를 초래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독과점의 폐해가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우리가 경험하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의 배후에도 독과점의 심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만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왜곡된 시장구조도 국민경제의 기업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킨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일부기업의 특권을 보호해주는 정책이 아닌 시장의 건전성을 향상시키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경유착 또는 정부의 보호를 등에 업은 일부기업의 전횡이 설 자리가 없는 건강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여가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양극화 문제가 완화되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내수가 살아나고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는 선 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인 지속 성장의 기초를 다지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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