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날카로운 웅크림
몸뚱이를 한껏 수축시킨 사자 한 마리
덤불 너머 벌판을 노려보고 있다

얼룩말 몇 마리가 풀을 뜯는 풍경
흑백의 뚜렷한 얼룩 속
사자의 시신경이 미로 찾기를 하고 있다
어미젖을 물고 늘어지던 아기얼룩말들
이 풀 저 풀 냄새 맡아보다
뛰쳐나온 메뚜기에도 놀라 주저앉는다

가녀린 다리로 깡충거리던 것이
등줄기가 부르르 떨리는 순간,
굳어버린 시간을 깨고 사자는 달려든다
덥석 물린 엉덩이, 몸부림치던 다리가
데친 시금치처럼 축 늘어진다

저녁뉴스에 그들의 주검이 방영되었다
재개발반대를 외치던 자들의 강제철거
충격 받은 얼룩말 일가족의 집단자살

사자는,
흡족한 얼굴로 시청하고 있었다


/최송아 (심리·06)
2005년 만해백일장 대상   2007년 이한열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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