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집권 당시 좌파도 우파도 아닌 ‘보수노동당’을 택했다. 소위 ‘제3의 길’이다. 이것은 앤소니 기든스가 경제적 번영과 사회 조화를 동시에 추구하자며 제안한 내용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통합을 시도한 것이다. 이 노선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결방법에 있어서도 이러한 제3의 길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보통 환경문제를 논의할 때 ‘경제발전’과 ‘생태보전’은 충돌하는 가치로 이해된다. ‘경제적’이란 단어는 개발과 자연 파괴와 연결짓고, ‘생태적’이란 단어는 일정 정도의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며 자연적이고 환경친화적인 것을 추구하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러한 사고틀의 양끝에는 ‘기술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가 있다. 전자는 환경문제의 해결이 기술의 발전과 이를 통한 경제성장으로만 가능하다고 믿는 신념체계다. 생태중심주의의 사고에서는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 종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우리가 자연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는 믿음이다. 유감스럽게도 두 생각 모두 환경문제 해결에 있어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여기에 대안으로 새로운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 생태 연구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의 장기생태연구에서도 가장 최근에 연구지로 선정된 지역은 피닉스와 볼티모어로 미국에서 도시가 급속히 확장되는 지역이다. 즉 생태학자들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대신, ‘도시생태계’를 생태학의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토목학자들도 더 이상 자연의 파괴가 아닌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태공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도 등장했다. 이는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원리를 이용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연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하여 파괴된 하천을 복원하는 기술, 습지를 이용하여 저비용으로 다양한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기술 등은 생태공학의 대표적인 예이다. 앞에서 대립되는 개념으로 논의한 ‘경제학’이나 ‘생태학’ 이라는 학문 분야는 사실 같은 뿌리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생태학을 의미하는 ‘Ecology’라는 단어와 경제학을 의미하는 ‘Economy’는 모두 그리스어로 집을 의미하는 ‘Oikos’라는 단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실제로 헥켈이라는 생물학자가 Ecology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던건 챨스 다윈이 언급했던 ‘Economy of Nature (자연의 경제)’에 대해 설명해주는 학문이라는 의도였다. 이러한 역설에서 경제발전과 생태계 보존을 모두 추구하는 제3의 길의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이것만이 환경과 인간을 모두 지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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