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KAIST가 정년보장심사를 강화해 교수 6명의 재임용을 거부한 이후 우리대학교에서도 일부 비정년교원의 재임용을 거부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교수재임용제는 연구나 강의의 실적이 부실해 교원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이 의심되는 교수를 퇴출하는 제도다.

직업은 능력에 따라 유지되는 것이므로 자질이 부족하다면 교수라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의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요즘처럼 직업의 불안정성이 사회적으로 강화되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새삼 교수재임용제가 논란이 되는 것은 우리의 교수사회가 그만큼 높은 직업안정성을 누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이 일부 대학의 재임용강화정책에 뜨겁게 호응하는 것도 급속도로 경쟁력이 강조되는 사회의 변화를 대학사회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이 경쟁재가 아니라는 항변만으로 대학이 무능력한 교수를 보호하는 안전판이 될 수는 없다. 자질 없는 교수는 존재만으로 대학의 의미를 훼손한다. 무능한 교수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무자격 교수는 대학 사회 전체의 무사안일과 퇴행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교수 사회가 자율적으로 정화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처럼 상식에 속하는 교원재임용제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운용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대학이 사회의 ‘소금’일 수 있는 것은 즉흥적인 사회적 요구나 권력의 전횡에 진리와 자유의 이름으로 대항할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 진리와 자유는 교수들이 신분의 불안정성에 연연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발현되기 힘들다.

어느 사회에나 대학을 권력과 부의 보호막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교수재임용제를 악용해 온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연구역량이나 강의능력이 아니라 재단이나 정권의 안위 혹은 교수사회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선량한 교수들의 목줄을 죄는 경우가 완전히 근절된 것도 아니다.

제도적 남용의 문제점 외에도 정책적으로 교수재임용제는 단순한 통제수단이 아닌 교육과 연구의 질을 개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 교수평가는 객관적 기준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모호하고 자의적인 기준과 편파적인 절차에 의해 악용되지 않아야 한다. 논문편수와 같은 양적 기준이나 피교육자의 강의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연구와 교육의 질적 성장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교수는 교육과 연구, 대학 내외의 봉사라는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을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부응하여 수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교육환경의 제공, 연구여건의 확충, 효율적인 행정서비스의 제공이 병행하여야 한다. 열악한 교육환경과 연구지원, 행정부담을 강요하는 구조 속에서 높은 연구실적과 최고의 강의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고기를 잡으려는 격이다.
교수재임용제가 대학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교수사회의 자정수단으로 올바르게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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