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총장선출과정에서 학생들은 배제돼 있다. /그림 이옥남

 지난 2월 21일 김한중 교수가 우리대학교 제16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정창영 전 총장이 편입학 비리의혹으로 갑작스레 사퇴하는 바람에 예정된 오는 4월보다 2개월 앞서 총장선임이 급하게 이뤄지면서 학내 구성원간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 최근까지 총학생회(아래 총학)가 '총장선임에서 학생의 참여가 없었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는 등 총장선임과정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총장선출과정에 학생은 없다

 이번 총장선임은 교수평의회(아래 교평,의장 최중길 교수(이과대·물리화학))의 예비·본선거를 통해 뽑힌 두 후보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아래 총추위)에 후보로 등록하고 재단이사회에서 한 명을 선정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예비·본선거에는 모든 전임교원이 투표권을 갖고 교직원의 투표도 교수유효득표수의 10% 비율로 반영됐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평과 선거 참여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다. 따라서 총학은 개별적으로 후보자들에게 등록금과 학내 공간 등 학생관련 사항에 대해 질문했다. 총학생회장 성치훈(토목·02)씨는 “후보자들은 총학의 질문에 대해 무성의한 답변만 했다”며 “직접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후보자들의 대학발전계획안에는 교수와 직원의 복지향상, 재정확보 등에 관한 공약은 많은데 비해 학생 복지향상, 등록금 부담 감소와 같은 공약은 찾기 어려웠다.

 교평에서 치러지는 선거에 참여하지 못 해도 총추위에서는 학생대표 2명이 참석해 총장선임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총학은 학생대표를 최소 6명으로 늘려달라는 요구를 재단이사회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자 총추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성씨는 “학생 2명만 참여하는 총추위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며 “총추위에 참여하지 않아 총장후보자들의 비공개 토론과 발표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기구에 그친 총추위

 이번 총장선임과정에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내부 혹은 교수와 총추위 간의 갈등도 있었다. 이러한 갈등은 이성호 교수(교과대·교육과정/교수방법)와 정구현 교수(퇴임·마케팅/국제경영)가 총추위에 개별적으로 등록하면서 비롯됐다. 두 교수를 포함한 일부 교수가 ‘교평의 선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총추위에 후보로 등록하지 않는다’는 교평 내부규칙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와 정 교수는 교평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총추위에 따로 등록해 적법한 후보로 인정받았다. 따라서 두 교수의 후보자격 여부에 대해 교평과 총추위 사이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총추위가 늦게 구성되면서 후보자들에 대한 적절한 검증은 고사하고 두 차례 만에 회의를 마치는 등 졸속적인 진행방식이 보였다. 이로써 총추위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구라기보다는 형식적인 기구라는 것이 드러났다.

새로운 총장선출방식

 현재 교평은 총장선출에 있어 파벌조성과 같은 직선제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search committee’에 의한 간선제로 바꿀 것을 이사회에 건의한 상태다. 교평 부의장 문성빈 교수(문과대·정보검색)은 “이 위원회는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등 30명 정도로 구성된 기구로 1년 동안 교내외에서 유능한 후보를 찾고 검증해 총장으로 선임하는 역할을 한다”며 “하버드 대학 등 미국 유수의 대학들도 대부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이사회도 현재의 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하려는 의사를 표명했다. 법인사무처 장원식 부처장은 “2009년 1월말까지 새로운 총장선임방식에 대해 연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총장선출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대안들이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총장이 학교의 모든 구성원을 대표하는 만큼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의견도 총장선출에 반영돼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새로운 총장선출방식을 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연세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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