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관련입니다”

『PD수첩』의 인터넷 게시판에 제보된 이 글은 황우석 사태 취재의 실마리가 됐다. 전『PD수첩』의 한학수 PD는 ‘이 미확인 첩보에 불과한 짧은 메시지가 거대한 해일이 돼 대한민국을 집어삼켰다’고 그의 저서에 밝혔다. 사건을 제보한 K씨는 언론 매체를 통해 공익을 제보한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

비단 황우석 교수 사건 만이 아니다. 실제로 언론 매체는 내부고발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90년 『한겨레』를 통해 감사원의 비리를 고발한 이문옥 감사관의 사례는 내부고발의 시발점으로 평가 받는다. 이후 많은 내부고발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PD수첩』의 송일준 PD는 “언론을 통해 제공되는 내부고발사례들은 아직까지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사회를 뒤흔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PD수첩』과 같은 언론매체들은 내부고발자들로부터 정보가 제공되면 제보의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고, 이들의 신변을 보호하면서 사건을 보도한다. 제보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모자이크 처리를 하거나, 제보자의 이름과 사는 곳, 심지어 제보자를 나타낼 수 있는 어떤 정보라도 노출하지 않는다. 방송에 꼭 필요할 경우에는 실제와 다르게 수정해 방송에 내보낸다. 이 경우  사실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에 취재 원본이나 테잎 원본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송PD는 설명한다.

하지만 내부고발을 바탕으로 한 언론의 보도에는 한계가 있다. 언론은 내부고발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모자이크 처리된 익명의 제보자들의 신원을 밝히기가 쉬워졌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의 신광식 위원은 “언론사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후속적인 조치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법적인 한계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현 부패방지법에서는 국가청렴위원회, 소속기관 또는 감독기관을 통해 실명으로 고발한 신고자에 한해서만 보호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신문 및 방송 같은 언론매체를 통한  제보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반해 영국은 언론에 제보를 한 경우 해석의 여지에 따라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고 있다. 공익제보자와 함께 하는 모임의 이지문 부대표는 언론인권센터 토론회에서 “언론기관 및 시민단체가 대리인 역할로서 신고기관에 대신 제보를 접수하는 방법이 논의 돼야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취재원, 내부고발자, 공익제보자의 보호를 통합할 수 있는 일반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 또한 내부고발자들의 신변보호와는 또 다른 문제로 존재한다. 몇몇 언론들에서는 '악의적인 제보자는 과연 누구인가'는 식의 보도로 제보자를 문제 삼는다. 심지어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인제대학교 언론정치학부 김창룡 교수는 이러한 보도 행태에 대해 “언론이 사회정의 수호에 나서고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언론 스스로 주장하는데, 이런 식의 보도는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언론마저 이렇게 내부고발자의 용기를 짓밟고 입을 막는 풍토에서 누가 감히 엄두를 내겠는갚라고 말했다. 김교수의 비판이 현재 우리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때다.

/최명헌 기자 futuer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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