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우리 연전(延專) 일대를 덮은 신록은 어제보다도 한층 더 깨끗하고 신선하고 생기 있는 듯하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는 사계절 경관이 빼어나고 오랜 연륜을 가진 건물들이 있어 연세인의 사랑을 받아왔다. 故이양하 교수가 우리대학교 재직시절 ‘신록예찬’을 노래한 무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긴 안목의 총체적 계획 없이 건물을 신축하고 녹지를 줄여 옛 연세교정의 아름다움은 빛을 잃고 있다. 가히 ‘그린캠퍼스’라 칭할 만 했던 과거의 신촌캠의 경관을 기억하는 동문들의 추억담을 들어본다.

|고현옥 동문(영문·49)         
 “1949년 6월 희망과 꿈에 부풀어 숲에 싸인 아름다운 연희동산에서 행복하고 자랑스런 맘에 가득 차서 입학했습니다. 학교 안에 들어서면 양옆에는 우거진 백양나무 잎이 태양빛을 받아 반짝반짝 한들한들 빛나며 하늘을 가리우고 그 아래를 걸어 들어가는 우리는 시라도 읊고 싶은 감정에 사로잡히곤 하며 즐겁기만 했습니다. (중략) 그때 세계 각처에서 오시는 목사님들은 이 연희대학은 동양에서 제일 아름다운 대학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풍스럽고 정답고 숲에 옴팍 싸인 석조건물은 문과대학, 이과대학(지금의 연희관), 신과대학 그리고 사무처 건물만 있었습니다.”

|최삼용 동문(사학·78)      
 “내가 다니던 1978년까지도 북문도 기숙사도 없었고 쭉 다 산이었어요. 종종 산을 오르기도 했죠. 그리고 노천극장이 지금은 대리석이던데 그 당시엔 잔디로 돼 있었어요. 졸업하고 외국에 나갔다가 1999년 말에 들어온 후 신촌캠퍼스에 와서 어리둥절했죠. 여기가 연세대학교가 맞나 해서.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섰더라고요. 필요하니까 지었겠지만 가능하면 자연경관 그대로 존중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는 건물 하나 지으려면 산을 싹 밀고 그 위에 짓지만 다른 나라는 구릉이 있으면 원래 지형을 살려서 사이사이 짓거든요. 우리도 그런 미덕이 있었으면 해요.”

|최종철 교수(문과대·영국희곡)          
“청송대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게 면적이 넓었지. 연희관 뒤쪽으로는 거의 개발을 하지 않아서 모두 숲이었다고 보면 돼. 지금 상경대 자리엔 연못이 있었어. 연못뿐 아니라 큰 수목원이 함께 있었는데 지금은 북문쪽으로 옮겨졌어. 거길 메우고 건물 지어야 했으니까 자연스럽게 거기 있던 수목원이랑 연못이 사라진거지. 학생들이 연못을 좋아했지. 연못 주변에 산책길도 있었고 벤치 있으니까 앉아서 책 보기도 하고 그랬거든. 지금은 산이 다 깎였지. 어떤 면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계속 이런식으로 가다간 산도 나무도 다 없어질거야.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있는 캠퍼스가 보존 됐으면 좋겠어. 원칙과 철학 담은 종합계획이 필요하다고 봐.”

|김정우 초빙교수(이과대·대기과학) 
“난 56학번 의예과로 입학해 2학년 때 이과대 물리학과로 전과했어요. 그 당시에는 연희관이 이과대학이었는데 지금은 사회과학대죠? 현재는 연희관 뒤쪽으로 상경대가 있지만, 그 땐 양쪽 산등성이 사이의 골짜기로 냇물이 흘렀어요. 청송대부터 흘러온 개울이 신촌사거리까지, 그리고 지금 연세대와 이화여대 사이길까지 이어져 내려왔었죠. 현재 이과대와 신축 중인 학술정보관 자리는 온통 숲이었어요. 정리된 숲은 아니었지만, 조경이 참 좋았는데…. 남아있는 숲은 보존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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