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미디어부 이지숙 정기자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써내기란 쉽지 않다. 잘만 쓰면 사람들 기억 속에 길이길이 남을 역작이 되겠으나 시종일관 날을 세워 세상보기가 우선 쉽지 않다. 대개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인 탓에 기획 단계에서 좌절하기도 쉽다. 독자들이 그 취지를 이해해주지 못할 때도 있다.
연두 52호 연두이야기 "연세대 교단, 미국박사가 접수했네"를 쓸 때의 이야기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나는 우리학교 교수님 중 미국에서 학위를 딴 박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므로 자연히 교수님들이 주 취재원이 됐고, 이메일을 보내 기획 의도를 먼저 설명하고 취재를 요청했다. 사실 미국에 대한 단순 악감정(!)에서 우러나온듯한 문제의식이 옳은 건지 틀린 건지조차 감이 안 잡혀서 나 자신도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30통 정도 메일을 보냈으나 돌아온 것은 열 개 가량이었다. 그것도 대부분 '너무 당연한 것에 왜 그런 의문을 품는가?'는 반응이었다. '뭘 얼마나 알기에 그런 기사를 쓰려 하느냐'고 매섭게 호통 치는 분도 있어 찔끔 눈물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시도’라거나 '나도 오랜 기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했었다'며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소수이지만 ‘우군’의 존재를 확인한 것만으로 기운은 솟았다. 서둘러 인터뷰에 응해준 교수님들을 찾아갔다. 이학, 공학, 경영, 사회과학 분야 교수님들로부터 여러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나를 한적한 교외로 데려가 식사를 같이 하며 한국 학계에 대해 통탄하시던 교수님도 있었다. ‘자기가 기른 제자를 자기가 믿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BK21이 뭐고, 누리사업단이 다 무엇인가. 모두 자생력 있는 학계와 청출어람 정신의 확립을 위한 노력들이 아닌가. 현장의 목소리에 조금 귀 기울여 봤을 뿐인데 많은 사실들을 알게 돼 정말 놀라웠다. 미국을 선진 학문의 보고로 재인식하게 됐음도 물론이다.
강의실에서 이따금 “제가 미국에 있을 때는 말이죠...”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왜 꼭 미국이어야 할까?’라고 제기해 본 물음이 나를 한명의 ‘아젠다 셋터’가 되게 한 것 같다. ‘일개 학생기자’라는 소수자적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게 하는 그 순간, 난 그래서 오늘도 ‘날’을 세워본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