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세’에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다. 세계화의 기치 아래 외국인 교수들을 본격적으로 충원하기 시작하였고 국제 석학들을 초빙하여 노벨 포럼을 개최하였다. 연세송도국제화복합단지 개발계획의 윤곽이 확정되었고 원주캠퍼스에도 레지덴샬 칼리지가 전국 최초로 시행되어 특성화를 위한 발걸음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연세의 위상을 높이려는 우리의 노력에 반하여 연세사회의 부정적인 면에 관한 뉴스 들도 많았다. 대학의 연구를 강화하기 위하여 공모한 제2차 BK21사업에 우리 대학교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사업단이 선정되었다는 축하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1차년도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사업단들이 우리 학교에서 많이 나왔다는 보고도 있었다. 중앙일보 전국 대학평가에서 연구실적 및 교육여건의 면에서 경쟁 대학들에 앞선 것으로 나오기는 했으나 국제화, 사회진출도, 사회적 평판 등에서는 뒤쳐진 것으로 평가되었고 특정 몇몇 분야에서 있어서는 낮은 순위를 기록하면서 ‘연세’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아울러 올해의 영국 더타임즈의 대학평가에서 우리 대학은 작년에 비해 248계단 상승한 236위라고 발표되기는 하였지만 구성원들이 만족하고 자랑할 만한 순위는 아니다.

학생사회에서는 비운동권으로 처음 당선되어 기대를 모았던 학생회장단에서 한총련 탈퇴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밀어붙이면서 중앙운영위원회와 절차상으로 많은 갈등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총학생회 회칙개정을 위한 총 투표가 무산되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는 연세를 이끌어오던 총장이 치과대학의 편입학 문제와 관련하여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총장직을 사퇴하였고 이제 차기총장의 선임을 위한 절차가 학교에서 진행중이다.

120년을 넘는 ‘연세’는 이제 위기를 맞고 있다. 나라와 사회는 선진국으로 치닫기 위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데 ‘연세’는 아직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여야 하는 지 적절한 전략과 이에 따른 변화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구심점이 없이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는 무관심과 패배의식이 팽배하고 있는 듯 보이고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희미하다. 모두가 주인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주인이 아닌 듯한 행동을 한다.

무관심과 패배의식을 관심과 자부심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이제 우리 모두는 ‘연세의 위기론’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 안이한 자기합리화로 우리를 방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시스템을 정비하여야 한다. 연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우물에 갇혀서 우리를 비하하고 폄하하는 인식에 대한 방어 논리를 준비하는 데 힘을 모아서는 안되고 미래의 모습을 고민하면서 모두 힘을 모아 합력하여 할 시기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어젠다보다 ‘연세’를 보는 어젠다가 설정이 되어야 하고 이러한 어젠다 속에서 진정으로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고 진정으로 일하는 사람이 성과를 보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금 시스템의 어떠한 부분이 미약한지 창조적인 발전방향은 어떤 것인지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모델이 되는 ‘연세’의 위상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 지 심층적인 고민과 이에 따른 결단과 실행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

새로운 미래의 창출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합심과 아울러 이러한 합심을 이끌어 내고 실행할 수 있는 지도력이 절대적이다. 공약은 말이지만 정책의 실행은 사람이 한다. 개인의 지도력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지도력들이 모여 이끌어가는 집단의 지도력이 더 중요하다. 말로 하는 공약과 이에 따른 정책의 실행은 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진정이 담기어 있을 때에만 그 위력을 발휘한다. 진정이 얼마나 담기어 있는 지, 개인의 안위보다 연세의 안위를 얼마나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지, 진심이 담긴 진정한 지도자를 세울 수 있는 혜안을 연세가 가지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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