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우 취재1부장

「연세춘추」를 평가해보자
「연세춘추」는 지난 호들에서 많은 지면으로 학생단체들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단체가 빠진 것 같다. 연세사회의 공기(公器)를 자처하는 「연세춘추」에 대한 평가가 빠진 것이다. 이에 십계명이란 작은 공간에 「연세춘추」의 1년을 평가해보고자 한다.

언제나 한 발짝 뒤에서
올 한해 연세사회의 1년은 정말 시끄러웠다. 세브란스병원의 JCI 인증 획득 등의 좋은 소식도 있었지만 학생총투표를 시작으로 연세의료원 파업, 유래 없는 정기 연고전 아이스하키 경기 취소에 정창영 총장 사퇴까지 연세사회는 사건의 연속 속에 있었다. 사건의 면면은 달랐지만, 「연세춘추」의 보도양식은 같았다. 「연세춘추」는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원칙 하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하려고 했다. 이는 기자의 가치 결정권보다는 독자의 가치 판단권이 우선 되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 이뤄졌다.
하지만 이런 「연세춘추」의 보도양식은 「연세춘추」가 학내사안에 대해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장애가 됐다. 총투표를 예로 들면 기사는 ‘양측은 이렇게 주장했다’는 식과 ‘각각 모두 이런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로 나눠볼 수 있다. 양 측의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면 연세인들이 충분히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사의 방향이 ‘양측 모두 비판’혹은 ‘양측의 입장전달’에 국한된 것이다. 그나마 총투표의 무산을 알리는 기사에서 총투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이는 결과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것에 불구했다. 
「연세춘추」가 학내사안에 대해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비판에 뒤이을 후속적 비판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사안에 대한 입장이 정리돼지 않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기자들은 독자의 가치판단권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생각에 ‘누구나 할 수 있는 비판’, ‘결과론적 비판’만을 기사화했다.

독자와의 호흡
이번 학기「연세춘추」는 독자들이 읽고 싶어할만한 콘텐츠를 생산해냈는가?
올해 「연세춘추」는 독자들이 ‘읽고 싶은’ 기사를 쓰기 위해 다양한 기획을 준비했었다. 강화된 정기연고전 전력분석, 두 호에 걸쳐 연재된 각종 학생회 공약 이행 점검 등이 그 것이다. 양적인 확장이 담보되는 기획기사로 기존의 보도면의 단순한 성격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런 연고전과 선거라는 고정 행사 관련 기획 이외에 다른 기획은 없었다. 지난 2006년 1학기의 ‘가계 곤란 장학 제도에 구멍’ 기사처럼 감춰져 있던 문제를 드러내는 발굴기사도 없었다. 또한 학생사회의 세심한 관찰에서 나오는 ‘생활밀착형’ 기사도 없었다.
고정된 학내행사를 다룬 호가 아니라면 신문을 읽게 만드는 매력적인 기사가 없었던 것이다. 독자와 함께 호흡하길 원했지만 「연세춘추」는 그러지 못했다.

반성하고 부탁한다.
나는 올 한해 「연세춘추」에 절대 좋은 성적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올해 독자들이 찾는 보도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변화는 기대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4학기의 임기를 마치고 학생기자에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 임기동안 고민했던 많은 문제들은 해결하지 못하고 나가는 것 같아 해방의 기쁨보단 아쉬움이 크다. 이제 독자로서 「연세춘추」를 지켜보겠다.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그리고 할 기자들이 나의 아쉬움을 해결해주길 기대해본다. 어려운 부탁인 것 잘 알지만, 못다 이룬 나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 이 자리에서 부탁한다.

/이창우 기자 augustlcw@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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