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것 중의 하나가 높은 청년실업률과 대졸자 취업난이다. 2006년 현재 실업률이 3.5%인 것에 비해 청년실업률이 7.2%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대졸 취업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이 해마나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금융·외환위기 이후 일자리와 구직자가 원활히 연결되는 것을 방해하는 마찰적 요인 때문이다. 금융·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대규모로 고용하던 관행을 버리고 필요할 때마다 상시적으로 고용하는 관행을 정착시킴으로써 대졸자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저히 감소했다. 이와 동시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이직률과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 것도 일자리와 구직자 사이의 끈을 느슨하게 만든다. 게다가 대졸 구직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안정적이면서 급여수준이 높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마찰적 요인이다. 또한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강화된 것을 청년실업의 이유로 들 수 있다. 상품시장에서의 독과점이 노동시장에서의 집단화된 독과점을 생성하고 유지시키는 자양분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대졸자의 취업난이라는 유쾌하지 못한 현상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회복되도록 해야한다. 얼핏 보기에는 평생직장개념의 부활, 비정규직제도 폐지 등과 같은 방안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우나, 이러한 방안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노동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제약하고 유연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 공정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유망한 중소기업은 이미 거대해진 대기업보다 비전 있고 꿈이 있는 훌륭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제도와 구조 개선보다 중요한 것이 젊은이들의 가치관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는 엔진은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은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정신과 창의성, 그리고 치밀한 의사결정능력의 결정체다. 남이 차려 놓은 회사에서 안주하기보다 스스로 판을 벌려 여러 사람들에게 새로운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젊은이들의 도전과 열정이 없다면, 경제는 쉽게 노쇠할 수밖에 없다. 인구구조의 고령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현재 기업구조의 노쇠화다. 10년 후, 우리가 꿈꾸는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하려면 현재의 대기업을 능가하는 새로운 견인차가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역동적인 경제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현재의 작은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 내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품으로 기존에는 없던 시장을 개척해 내려는 꿈과 열정에 들떠 밤잠을 설치는 젊은 인재들이 많아질 때 우리경제의 건강지수가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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