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정 문화부장

BK21 연차보고서의 MBA 평가 국내 4개 대학 중 꼴찌
시선 잡기 용 기사보다는 건설적인 비판 해주길

아래의 기사는 지난 9월 17일 경제 일간지「한국경제신문」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는 최근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BK21 연차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한다. 특히 요즘 주요 일간지에서도 집중 부각하고 있는 국내대학 MBA 평가에 필력을 집중했다. 그런데 전개방식이 좀 특이했다. 이 기사처럼 4위(평가 대상은 4개 대학이다)를 한 연세대를 기사 전개의 ‘주체’로 두고 고맙게도 그 이유까지 비판해 준 언론은 「한국경제신문」이 유일했다. 읽어 내려가다 보면 “연세대 경영대는 과거만 믿고 안주하다가 요즘엔 한물갔지…. BK21 연차보고서 봐봐, 고려대는 1등이고 연세대는 꼴찌야…. 이제 사업 예산도 고려대에 뺏길 판이잖아”라고 비꼬는 것 같았다.
더 주목할 점은 연세대 경영대에 대해 기사 중후반부에 걸쳐 기자가 나름대로 작성한 분석내용이다.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따져보자. 먼저 재정과 행정이 이원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비판에 대해 살펴보자. 일단 사실관계가 틀렸다. 우리대학교 BK21 사업단장과 경영대학장은 모두 김태현 교수(경영대·생산관리)가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양측의 장은 모두 나지만, 우리대학교 MBA의 실무적 구조에서는 이원적 구조를 띄고 있는 게 맞다”고 밝혔다. 기자가 말하고 있는 부분은 이 대목인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서울대 등 여타 학교에서도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렇게 보면 단순히 고려대의 일원적 구조와 비교한 것도 문제이며, 이원적 구조 자체를 근거 없이 무작정 비판한 것도 문제다. 재정권과 행정권은 조직의 역사적 특수성과 내부의 궁극적인 목표에 따라 분리할 수도, 합칠 수도 있는 부분인 것이다.
두 번째 지적도 문제가 많다. 서울대 MBA에 떨어지고 연세대 MBA에 입학한 학생이 재학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서울대 커리큘럼을 잘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설령 그 학생의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런 단순비교로 교육과정의 질을 논하기는 어렵다. 학생이 언급한 ‘커리큘럼’이라는 말은 너무도 애매모호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의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더군다나 어떤 학습과정에 있어 학술적으로 깊고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과정이 있다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세하게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세 번째, 학부과정에 대한 비판이다. 아마도 이번 BK21 연차보고서를 계기로 연세대 경영대의 학부과정과 대학원과정을 싸잡아 비판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단순히 입시의 커트라인만으로 학부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입시경향은 수능, 내신, 논술 등 워낙 평가항목이 다양하고 각 학교마다 이 항목들을 반영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대학 경쟁력은 어느 항목의 커트라인만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수능 커트라인으로 따져본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수험생들이 연세대 경영대에 쉽사리 지원하지 못하는 이유는 ‘선호도’나 ‘경쟁력’에 대한 반작용이라기보다는 배치표에 올라있는 점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황색 저널리즘이다. 최근 신정아 누드사진 파문에서 보듯, 언론의 무책임한 관심끌기형 보도는 여론을 왜곡시키고 정의를 망각시킨다. 최근에 보도된 이 기사는 대학 서열매기기, 사실관계 왜곡, 과장 등으로 독자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소위 ‘낚시성 기사’의 표본이다. 물론 연세대 경영대에서도 잘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지경에 이를 동안 학교 당국에서는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한국경제신문」에서 경영대에 대해 문제점으로 지적한 부분>

(전략) … 연세대 경영대 관계자들은 행정과 재정 집행이 분리된 이원적 구조가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자금을 집행하는 BK21 사업단장과 행정을 담당하는 경영대학장이 달라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뜻이다. 연세대 경영대 관계자는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MBA스쿨은 행정과 재정이 일치돼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경쟁 대학인 고려대가 학장과 BK21단장을 일원화한 것도 이 같은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 과정의 질을 문제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MBA 과정에 지원했다 탈락해 연세대에 입학한 한 학생은 “서울대에서는 일주일 만에 가르치는 내용을 연세대에서는 한 달씩 강의한다”며 “연세대 MBA 과정의 커리큘럼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꼬집었다.
연세대 경영대 학부과정의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커트라인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이석록 대치 메가스터디 원장은 "경영대 지원자들이 고려대보다 연세대를 선호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합격자 평균 점수 등을 따져볼 때 최근 몇 년간 연세대 경영대가 고려대에 밀렸다는 게 입시 업계의 정설"이라고 설명했다. … (후략)

/이상정 기자 iwhippylan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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