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전유성

 나는 지난 4월 말 무릎이 아파 열흘간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의 강요된 휴식을 위해 나는 세 권의 책을 골랐다. ‘제주도’(고은) ‘이상단편집’(이상) ‘빈이 사랑한 천재들’(조성관)이었다.

주간조선 조성관 기자가 쓴 ‘빈이 사랑한 천재들’은, 12년 전 아내와 함께 유럽을 1백3일간 배낭여행한 적이 있었기에 남다른 감회로 읽었다. 나는 그 때 빈에 이틀 머물렀다. 그때 모차르트가 살던 돔가세 5번지의 집을 찾아갔던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발로 글을 쓴다고 한다. 저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흔적을 찾아 빈의 골목 구석 구석을 찾고 있다. 나 역시 그 코스대로 따라간 경험이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다시 빈에 간 듯한 기분이었다. 이 책은 빈에서 불꽃 같은 생을 살았던 여섯 명의 천재 이야기다.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읽을 때는 나는 병실에 두 음악가의 교향곡을 틀어놓았다. 프로이트가 빈과 깊은 인연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고는 깜짝 놀랐다. 음악의 도시 빈을 프로이트를 통해 들여다보니 빈이라는 도시가 새롭게 다가왔다.

내가 화가 클림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 ‘키스’를 통해서였다. 그의 몽환적 에로티시즘이 도대체 어디서 발원했을까가 항상 궁금했다.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그 비밀을 알았다. 클림트는 에로티시즘의 영원성을 그림으로 말하고자 했다. 다른 예술가들이 위선과 허위의식에 숨어있을 때 클림트는 용감하게 그것을 드러냈다.

기본적인 배경 지식을 완전히 숙지한 다음 현장을 하나씩 찾아가서 확인하고 주인공들과 교감하는 저자의 노력이 놀랍다. ‘빈이 사랑한 천재들’은 내 영혼의 빈 곳을 채워줬다. 이 책을 들고 올 여름 다시 빈을 찾고 싶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하려면 여행정보도 중요하지만 저자처럼 구석구석 발로 뛰려면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릎이다.

/전유성 (개그맨, ‘구라 삼국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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