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교육방송국 아나운서부장 이윤지(신방·05)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직 대학축제를 경험하지 못한 새내기들은 각자 나름의 기대에 설렐 법도 하다. 물론 이미 여러 번의 축제를 겪은 고학번들은, 그저 이번 아카라카에 어느 가수가 나올까 혹은 수업도 없는데 어딜 가서 무엇을 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의 축제는 별다른 재미가 없다. 일부 단체에 소속된 새내기나 2학년들이야 축제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축제는 자신과 별 상관이 없는 1년에 한 번씩 으레 오는 부산스런 벚꽃놀이 같은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현재 우리의 일상은 빡빡하다. 언제부턴가 도서관은 시험기간이 아니라도 자리 맡기가 수월하지 않고, 수업에서 요구하는 과제의 양도 많다. 그 뿐인가? 좋은 직장, 각종 고시준비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사교육 열풍은 중·고교생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은 철저히 미래지향적이다. 오늘의 욕구를 다스리고 내일의 꿈만을 요구한다.
이 가운데에서 현재지향적인, 일탈적인, 비일상적인 모습이 돼야 할 우리의 축제 역시 철저히 미래지향적이다. 장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터전이 아니라 대개 지인들을 만나는 장소고, 축제에서 그저 학우란 이름으로 어울리는 경우도 거의 없다. 또한 우리가 스스로 무엇을 준비하고 주변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그저 준비된 행사를 잠시 구경하고 돌아올 뿐이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 담담하게 수업에 들어간다.

요즘 YBS에 지원하는 새내기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많이들 하는 걱정이 있다. 시간을 많이 뺏기진 않는지, 학업에 큰 지장이 있지 않은지, 혹은 교환학생 등을 못 가게 되는 경우는 없는지 등이 그것이다. 그럼 나는 대답한다. 방송이 하고 싶냐고, 하고 싶다면 얼마나 하고 싶냐고. 가장 아름다운 스무 살 대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기에 내일을 준비하는데 소홀해선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오늘 하루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고 내일에 그리 지장을 가져오진 않는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내일이 되면 여유와 기회가 있어도 다시 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나는 오늘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내일을 사랑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축제 안에서 내일을 고민하는 자는 즐겁지 않다. 몸만 쉬고 있을 뿐, 마음은 내일 걱정이 앞선다. 쉬어도 쉬는 것이 아니고, 놀아도 노는 것이 아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한결같이 나 자신과 공부, 미래만을 생각하며, 오늘의 즐거움과 소중함을 미뤄놓고 사는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빛나는 이십대에 그저 담담히 미래만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최선일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그 일을 하는 ‘자체’가 행복한가를 살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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