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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앤디워홀이 그려내는 ‘우리’ 이야기
  • 이승희 기자
  • 승인 2007.05.14 00: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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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다룬 뒤샹의 ‘샘’을 처음 볼 때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화장실에서나 봄직한 사물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예술로 탈바꿈시킨 시도는 보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그의 작품은 ‘예술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예술’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의 작품도 이 명제에 있어 우리에게 뒤샹만큼이나 색다른 충격을 전해준다.

빼곡한 주택 사이로 하나의 그림처럼 자리한 삼성 미술관 리움(Leeum). 그곳에는 일상과 예술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제시한 작가, 앤디워홀(Andy Warhol)의 서거 20주년을 기념한 ‘앤디워홀 팩토리전’이 열리고 있다. 당시 산업화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실크스크린으로 작품을 ‘찍어내는’ 작업을 하면서 앤디워홀은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역시 앤디워홀의 작업실 중 하나인 ‘실버 팩토리’를 재현해 내기 위해 검은색의 바닥과 은색의 벽면으로 전시회장을 꾸며 놨다. 그리고 내부에는 대중매체가 만든 스타 이미지와 대량생산된 제품을 담은 작품이 강렬한 원색과 검은색의 조합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 앤디워홀 팩토리전 전시장 내부 /자료사진 리움

‘나는 기계가 되고 싶다’, ‘나는 스타를 사랑한다’, ‘죽음의 그림자’, ‘명화의 차용’, ‘보이지 않는 워홀’. 이번 전시회는 앤디워홀의 작품이 시대별로 가지는 특징을 다섯 테마로 나눠 전시했다. 「마릴린 먼로」, 「꽃」, 「캠벨 수프」 등 잘 알려진 작품뿐만 아니라, 그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할 당시의 일러스트까지 감상할 수 있다. 작품은 회화의 부드러운 터치가 아닌 판화로 찍어내는 실크스크린을 사용해 조금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띈다. 하지만 자주 접해온 사물을 소재로 한 그의 캔버스에서는 강렬함과 동시에 친밀함을 엿볼 수 있다. 대중매체로 봐온 유명 정치인이나, 일상의 세제 박스, 음료수 병을 표현한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면 처음의 낯선 느낌이 금세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전시장 한 켠에서 「Silver Cloud」라는 이름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투명한 유리창 안에 은색 구름이 잡힐 듯 말 듯 춤을 춘다. 앤디워홀의 1966년 작품인 이것은 그가 추구했던 작품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잡으려 해도 쉬이 잡히지 않는, 헛됨과 환상을 추구했던 그의 모습이 은색 구름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바로 우리의 일상과도 닮아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우리’를 발견하고 공감하게 된다.

앤디워홀은 사진, 영상, 조각, 회화를 넘나들며 여러 분야에 걸친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는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며 후대 작가의 작업에 창조적 영감을 제공한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잣대를 무너뜨리고 예술 영역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그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마주해보자. 그 독특한 작품들은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6월 15일까지. (문의: ☎(02)2014-6901)

/이승희 기자 unique_hui@yonsei.ac.kr

이승희 기자  unique_hu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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