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대 권순호 회장

그렇다. 많은 이들이 의사결정에 있어서 비교적 민주적이라 할 수 있는 총투표를 비민주적이므로 무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여기서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방법이 민주적인 것일까? 총투표는 외관상 민주적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분명한 사실’의 이면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맹점은 여기에 있었다. 회칙개정에 필요한 수많은 의견과 조항들을 하나의 의견인 양 묶어서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폐지’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아래 한총련) 탈퇴’라는 이름하에 예, 아니오 두 가지로 양분하여 해결하려 했다.
참으로 영리하다고 생각했다. 회칙의 세세한 사항들은 고사하고, ‘내가 낸 회비가 여학생들을 위해 쓰인다’는 주장아래 반감을 갖는 수많은 남학생들의 한 표와 ‘운동권 싫으니까 회칙개정 해야지. 다른 건 필요 없어! 왜? 아무 이유 없어!’ 의 한 표는 확보했을테니 말이다.
회칙개정안의 수많은 모순들과 위험성은 ‘한총련 탈퇴’아래 가려져 있고, 본인이 학생들의 총대표임에도 불구하고 기존학생회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딴지 아닌 딴지는 우리를 원숭이로 밖에 보지 않는 듯한 기만을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명서를 올리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총투표가 강행된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우리 연세인들은 지성인이며, 대학생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서 명석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 우리 학우들은 적어도 나보다 훨씬 훌륭한 분들임에 분명하다. 나아가 그러한 사항들에 소신 있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는 이 사항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볼 수나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게시판에 학생회임원인 나도 모 단체에서 분석해놓은 자료가 아니었다면 이해하기조차 힘들었을 수 페이지짜리 회칙개정안 ver3.0 을 올림으로써 모든 임무를 다했다라고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 수많은 리플렛과 플랑 등으로 인한 낭비 아닌 낭비로 소중한 학생회비는 낭비되고 있고 본질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해야할 것들은 행해지고 있지 않다. 그동안 수없이 연석확대운영위원회를 요청하고 성명서를 띄워보냈으며, 수없이 총학생회실로 다이얼을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같은 학교 다른 배움터이지만, 함께 고민하고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았다. 아무리 우리가 독립돼있다 하지만 말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강행된 총투표와 일련의 일들에 대해 운동권과 비운동권으로 양분해 치졸한 언쟁에 열중하고 있었다면, 직접적으로 참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한 채 안타까워 할 수 밖에 없었던 원주의 학우인 나에게 너무나 미안하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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