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564호 사회국 기획에서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문화부에서는 한국영화 속에 나타난 폭력의 양상에 대해,
학술부에서는 사람에게 폭력을 유발하는 요인을 생물학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눠 다뤄봤습니다. 사회부에서는 우리가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물리적인 폭력 이상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는 언어폭력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이를 통해 폭력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나눠봤으면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박찬욱 감독이 내놓은 복수시리즈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는 폭력의 또 다른
형태인 복수를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어느 기자 회견장에서 박 감독은 “복수는 사회적으로 금지돼 있기에 매력적이고, 금지된 것들
가운데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복수”라며 자신이 이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세 편의 복수시리즈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복수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는 시종일관 완벽해 보이고 성공할 것처럼 진행되던 금자의 복수가
결국은 결정적 순간에 허물어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설령 복수에 성공하더라도 인간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완전히 되찾을 수 없듯이, 폭력을 행사하고
난 뒤에도 카타르시스보다는 공허함이 떠도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박 감독의 복수시리즈는 폭력의 허무성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왜 폭력이어야 하는갗에 대해 고민을 던지는 좋은 영화로 평가받는다.
한국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폭력을 사유해왔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적 속성을 감안할 때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서의 힘이
막강하므로 결코 가볍고 단순한 메시지만을 던져서는 안 된다. 영화로 인해 대중들은 잘못된 사고와 폭력에 대한 미화를 간직하기 쉽기 때문이다.
폭력에 질문 던지기를 거부하고 단지 웃음거리로 비하하는 데 그치는 영화와, 폭력의 정당성과 진정성에 대한 고찰을 요구하는 영화. 어느 쪽이
폭력에 대한 바람직한 묘사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