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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국 기획-폭력] 한국영화 속에 그려진 폭력의 계보를 추적하다
  • 위문희 기자
  • 승인 2007.05.07 00: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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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564호 사회국 기획에서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문화부에서는 한국영화 속에 나타난 폭력의 양상에 대해, 학술부에서는 사람에게 폭력을 유발하는 요인을 생물학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눠 다뤄봤습니다. 사회부에서는 우리가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물리적인 폭력 이상으로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는 언어폭력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이를 통해 폭력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나눠봤으면 합니다.

▲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지난 2006년 한국영화계에서는 유독 폭력을 다룬 영화가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영화관에 가면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가 꼭 한두 개씩 눈에 띌 정도였다. 황정민과 류승범 주연의 『사생결단』, 류승완 감독이 연출과 동시에 직접 연기도 펼쳤던 『짝패』, 조인성이 조폭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던 『비열한 거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액션영화로 분류되는데 스크린 속에서는 다소 움찔할 정도로 과격한 폭력신이 보이기도 했다.

영화로 만나는 폭력의 일상

여기서 한국 스크린에서 드러나는 폭력의 계보를 읽어보자. 지난 1990년대 들어 한국의 거장 임권택 감독은 『장군의 아들』을 만들었고, 그 인기는 두 개의 속편을 낳았다. 이 작품은 여느 액션영화인이나 최고로 꼽는 작품이다. 충무로 액션을 논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무술감독 정두홍도 뭔가 안 풀리고 답답할 땐 『장군의 아들』을 보면서 생각을 가다듬는다니 말이다. 이후 『넘버3』, 『약속』, 『비트』,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이어 한국 액션영화계는 2001년 곽경택 감독의 『친구』로 정점에 서게 된다. 비록 조폭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남자들 간의 끈끈한 의리를 묘사해 수많은 남성 관객을 스크린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영화는 조폭영화의 기폭제가 되면서 흥행을 위해 단순히 상업성에 함몰된 조폭영화들이 줄줄이 양산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처럼 관객들에게 친숙해진 조폭 이미지를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서는 한국영화계의 조폭코미디 전성기가 시작된다. 2001년 극장가는 『신라의 달밤』, 『달마야 놀자』에서 나오는 희화화된 조폭에 의해 스크린을 점령당했다. 그 당시의 성원에 힘입어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은 현재까지도 속편이 이어지는 중이다.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라는 제목의『두사부일체』에서 영화배우 정운택은 조폭을 희화화한 이미지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현재 이 영화는 『두사부일체3-상사부일체』라는 또 다른 속편으로 촬영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연이은 흥행을 발판삼아 대량으로 양산된 조폭코미디 영화들은 그 천편일률적인 웃음코드의 식상함을 벗어나지 못해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폭력을 스크린에서 단지 가벼운 웃음거리로 치부한다는 조폭코미디에 대한 거센 비판과 함께 자기성찰적인 조폭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 개봉한 『열혈남아』와 『해바라기』에서는 스크린에서 모성애와 마주한 조폭을 그려내 관객들의 연민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직간접적으로 폭력이 미화돼 끊임없이 영화화되는 모습에서 이제는 영화의 작품성 여부를 떠나 폭력이 하나의 ‘코드’로 자리매김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의 관람등급을 의식할 필요 없는 성인들도 강도 높은 폭력성과 선정성에 무의식적으로 노출됐다가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폭력이 하나의 트렌드로서 무시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한국 영화평론가협회(아래 영평협) 회장 장석용씨는 “관객들이 자기 내부에 있는 폭력성을 함부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영화의 주인공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측면이 있다”며 원인을 짚어낸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공의 적』, 『가문의 영광』등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영화를 선보였던 영화투자제작배급회사 시네마서비스 마케팅부 이성진씨는 “조폭과 관련한 일반인들의 상식을 비틀어 그들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든 것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 같다”며 조폭을 소재로 한 영화가 관객들과의 소통이 가능했던 이유를 분석했다.

폭력의 미학, 그 빛과 그림자

그러나 어찌됐든 폭력을 다룬 영화는 소재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비난과 찬사의 상반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폭력미학’이라는 말처럼 무분별하게 현실의 대중들에게 폭력이 미화된다면 더욱 문제다. 이와 관련해 영평협 회장 장씨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폭력에 대한 묘사도 문제지만 과거에는 주먹싸움에 그치던 것이 계속된 변용을 거쳐 점점 미화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강우석 감독의 영화 『공공의 적2』에서 검사역할을 맡은 설경구는 공권력 차원에서 폭력을 쓰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이로 인해 영화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관객들은 폭력을 남용하는 설경구의 모습에서 자연스레 폭력의 미학을 답습하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영화에 묘사된 폭력의 수위를 조절하는 영상물 등급 위원회(아래 영등위)의 심의가 다소 느슨하다는 시각이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영등위 영화부의 한 관계자는 “심의라는 것이 영화의 특정 장면에 한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폭력이 미화됐더라도 사회 전반의 공익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함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리대학교 김경모 교수(사회대·사회커뮤니케이션)는 “폭력이든 성적인 표현이든 다양한 인간사회의 면모가 영화라는 형태를 빌려서 나타날 뿐, 성숙한 관객이라면 현실의 문제와 영화적인 문제를 구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폭력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고의적인 의도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이를 영화 장르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영등위와 같은 제도적인 잣대 외에도 영화 제작자나 감독의 건전한 의식이 들어간 영화를 관객들이 잘 선별할 줄 아는 선진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꼭 폭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있은 뒤에 연출해야 한다. 그러나 관객들은 일반적으로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화에 일차적인 관심을 쏟기 때문에 상업성에 함몰된 한국영화계에서 이런 문화가 자리 잡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폭력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다

▲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이런 측면에서 박찬욱 감독이 내놓은 복수시리즈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는 폭력의 또 다른 형태인 복수를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어느 기자 회견장에서 박 감독은 “복수는 사회적으로 금지돼 있기에 매력적이고, 금지된 것들 가운데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복수”라며 자신이 이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세 편의 복수시리즈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복수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는 시종일관 완벽해 보이고 성공할 것처럼 진행되던 금자의 복수가 결국은 결정적 순간에 허물어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설령 복수에 성공하더라도 인간은 잃어버린 무언가를 완전히 되찾을 수 없듯이, 폭력을 행사하고 난 뒤에도 카타르시스보다는 공허함이 떠도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박 감독의 복수시리즈는 폭력의 허무성을 고발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왜 폭력이어야 하는갗에 대해 고민을 던지는 좋은 영화로 평가받는다.

한국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폭력을 사유해왔다. 그러나 매스미디어적 속성을 감안할 때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서의 힘이 막강하므로 결코 가볍고 단순한 메시지만을 던져서는 안 된다. 영화로 인해 대중들은 잘못된 사고와 폭력에 대한 미화를 간직하기 쉽기 때문이다. 폭력에 질문 던지기를 거부하고 단지 웃음거리로 비하하는 데 그치는 영화와, 폭력의 정당성과 진정성에 대한 고찰을 요구하는 영화. 어느 쪽이 폭력에 대한 바람직한 묘사이겠는가.

/위문희 기자 chichanmh@yonsei.ac.kr

위문희 기자  chichanm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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