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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에 처한 연세인의 문화생활
  • 이상정 기자
  • 승인 2007.05.07 00: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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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고는 글쎄….’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쓰는 문화비용은 어느 정도이며 문화생활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를 조사하기 위해 「연세춘추」에서는 지난 4월 23일부터 7일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물론 문화의 범위는 정의하기에 따라 광범위하게 다르지만, 여기서 우리가 살피는 범위는 영화, 연극, 전시회처럼 입장권을 구매해서 관람하는 콘텐츠에 한정하기로 한다.

먼저 기본적으로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한 달 동안 사용하고 있는 문화비용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봤다. 1~3만 원이라는 대답이 36.8%였고, 3~5만 원이라는 대답이 22.9%, 1만 원 이하라는 대답이 18.2%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한 달에 문화생활을 하게 되는 빈도에 대해서는 2~3회라는 대답이 47.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1회 이하가 23.6%, 3~5회가 23.2%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화비용과 문화생활 빈도를 보면 학생들의 문화생활은 비용이 7~8천 원 정도 드는 영화 관람에 집중됐음을 유추할 수 있었으며, 이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문화생활을 묻는 질문에서 영화라고 답한 비율이 71.3%나 됐다는 점에서 실제로 입증됐다.

이처럼 문화생활이 특정 콘텐츠에 집중된, 이른바 문화편식 현상에 대해 학생들은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 설문조사 결과 자신이 문화편식을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68.8%로 높게 나타났다. 예상대로 학생들의 문화편식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다. 그렇다면 이렇게 스스로가 문화편식을 하고 있음을 자각하면서도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조사했다. 다른 문화 콘텐츠의 비용이 과다하다는 대답이 31.9%, 다른 문화 콘텐츠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20.9%를 차지했으며 그 밖에 정보 부족, 공간 부족, 지리적 문제 때문이라는 답변도 적지 않은 비율로 나왔다.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대학생들의 문화편식이 일어나게 된 주요한 이유는 연극, 뮤지컬, 음악회, 전시회 등의 관람에 드는 비용이 영화에 비해 높으며, 그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 또한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연극 단체 당 평균 1천 2백만 원의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시회의 관객 수가 해마다 3% 이상 줄어드는 게 현재 공연예술계의 현주소라고 한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음악학과 이종우 교수는 “이러한 영화 위주의 편식은 타 장르 제작자들이 관객과의 문턱을 허물고, 작품에 대한 해설과 대외 홍보를 병행하는 콘텐츠를 생산함으로써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대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저가 상품을 개발하고,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나름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우리 주위에서 저렴하면서도 작품성 있는 공연을 접할 기회는 곳곳에 마련돼 있다. 공연예술계는 요즘 사회 전반에 번지는 문화편식에 대처하기 위해 저가 이벤트 상품을 내놓았다. 재즈공연 중심의 복합 문화공간인 KT아트홀은 지난 1일부터 30일까지 ‘Jazz And The City’라는 테마로 단돈 천 원에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진행한다.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주)와이에스케이미디어의 한만정씨는 “도심에서 재즈공연을 접하기 힘든 학생, 직장인을 위해 저가 상품을 기획했다”면서 “비용이 저렴하다고 콘텐츠의 질이 낮을 것이라는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미리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도 시민들을 위해 여러 콘텐츠를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매달 넷째 주 일요일을 ‘무료 관람의 날’로 지정해 운영하며,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천원의 행복’이란 행사를 열어 입장료 부담으로 공연장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을 선사한다. 한편 공연예매 전문 사이트 엔젤티켓(http://angelticket.com)에서는 ‘문화 키움 캠페인’을 통해 공연예술계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선착순으로 연극, 뮤지컬, 음악회 등 양질의 공연을 5천 원에 제공하는가 하면 단체할인, 공동구매 등의 방식을 도입해 소비자들이 좀더 친숙하게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화랑 ‘이안 아트’ 대표 전용훈씨는 “외국에서는 월급을 몇 년씩 모아 원하던 예술작품을 사는 문화가 일반화돼 있다”고 말한다. 찾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부담 없는 가격이면서 속까지 꽉 찬 콘텐츠들도 많다. 자신이 쓸 수 있는 문화비용을 파악한 다음, 계획성 있게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겨보자. 짬짬이 본 공연들이 언젠가는 당신에게 커다란 지성의 양식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상정 기자 iwhippyland@yonsei.ac.kr

이상정 기자  iwhippylan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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