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초기부터 예견됐던 총학-중운위 갈등

총학생회(아래 총학)의 △총여학생회(아래 총여) 대체기구 검토 발표 △총학생회 회칙(아래 회칙) 개정안 발의 등에 대한 학내의 논란이 뜨겁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는 총학과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가 있다. 총학과 중운위원들 간의 갈등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도 앞에 붙은 대자보와 성명서 등을 통해 표면화됐지만, 실제 이들의 갈등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갈등, 그 원인과 시작은?

총학과 중운위원들 간의 갈등에 있어 총학의 공약과 계획에 대한 양 측의 의견 차이를 빼놓을 수 없다. 한 중운위원은 “애초에 등록금 문제 해결방식과 같은 총학의 일부 공약에 대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대립에 대해 총학과 중운위원들 간의 정치적 성향 차이를 그 원인으로 분석하는 견해가 있지만 양 측의 갈등을 단순히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대립구도로 국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총학과 중운위원들 간의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총학과 중운위원들의 대표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부터 출발한다. 총학은 전체 학생 차원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만큼 자신들의 공약을 실현하기를 원한다. 반면 중운위원들은 자신들도 학우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돼 대표성을 가지기 때문에 총학생회장만이 단독적인 대표자가 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법과대 학생회장 강경인(법학·04)씨는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학우들의 지지를 얻은 대표자라는 입장에서 총학과 중운위원들의 관계에 있어 우열을 나눌 수는 없다”고 대표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바탕으로 양 측은 학기초 열린 중운위에서부터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미묘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등록금 인상이 불합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 측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기도 했지만, 해결방식에 있어서는 이견이 존재해 몇 차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이후에도 계속됐던 갈등

총학과 중운위원의 마찰은 예산 집행과 관련해 계속됐다. 먼저 ‘새내기 새로 배움터’에 필요한 주류 구매에 있어 공급업체가 동일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타 대학에 비해 단가가 다소 높게 책정된 점이 발견돼 중운위에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관련 비용에 대해서도 △지출 규모와 시기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점 △결산안에 부가가치세가 누락된 점 등이 중운위에서 지적돼 이에 대한 논박이 이뤄졌다. 이처럼 재정문제가 반복되자 총학생회장은 일련의 문제에 대한 사과문을 작성했으며, 총학 집행위원장 위진섭(신학·04)씨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의 행사 진행과 관련해서도 일부 마찰을 빚었다.

매주 한번 열리는 중운위 회의 역시 이러한 갈등의 연장선에서 매번 새벽까지 길게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의가 반복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로 인해 중운위의 실질적인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상경·경영대 학생회장 최하얀(경제·05)씨는 “총학 측이 기본적인 자료첨부와 안건 보고에 소홀해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 적이 많았다”며 총학의 준비 부족에 대해 지적했다. 반면 총학생회장 최씨는 “회의가 중운위원들의 과도한 문제 지적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지체된 면이 있었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회칙 개정 발의, 갈등의 정점으로

지난 3월 19일 총학생회장이 △총여 폐지와 대체기구 신설 △회칙개정안 등을 학생총투표에 붙일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총학과 중운위원들 간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후 중운위에서는 사태와 관련해 양 측 간에 격렬한 논쟁이 이뤄지기도 했고, 중앙도서관과 각 단과대 등에 총학생회장과 중운위원들의 입장 및 상대방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앞다퉈 게재되기도 했다.

회칙개정안은 총학생회 집행부의 사무를 연구, 조사해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로 중운위의 위상을 축소했다. 또한 확대운영위원의 범위를 과·반 학생회의 정·부회장으로 한정해 중운위원들의 권한을 사실상 축소시켰다. 회칙개정안 중 중운위의 위상 변화와 관련된 부분이 주목되는 점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공과대 학생회장 신으뜸(기계공학·05)씨는 “총학이 뜻하는 바를 중운위를 통해 관철시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이유에서 중운위의 위상 자체를 격하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총학의 회칙개정안을 비판했다. 동아리연합회 회장 김세현(사회계열·05)씨도 “총학이 독단적인 운영을 할 경우 이것을 심의하고 의결해 견제할 기구가 없다는 것은 비민주적이다”라며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생회장 최씨는 “중운위의 과도한 간섭은 총학의 정책집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라며 “중운위의 감시·견제 기능은 유지하되 확운위의 권한을 전보다 확대시켜 학내 사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백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확대운영위원회가 과연 상황에 따라 쉽게 개최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지적에 대해서 최씨는 “개정 회칙에서 확운위 개회 요건을 재적인원의 1/2에서 1/3참가로 수정해 유연성을 갖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적 인원의 1/3에 그치는 확운위원들이 과연 어느 정도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한 회칙개정안 상정이 중운위나 확운위 차원에서 논의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양 측은 이견을 드러냈다. 중운위원들은 일부 회칙개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총학이 기본적인 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학생총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독단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이에 반해 총학은 현 회칙상 문제될만한 것은 없으며 전체 학우들의 투표로 개정안을 평가받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총학과 중운위원들 간의 갈등은 각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문제의식이 있었음을 보여주며 그것은 건전한 민주주의의 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칫 갈등이 지나치게 소모적으로 흐를 경우 그 과정에서 정작 등록금 인상에 대한 대응, 학생들의 여론 수렴 등과 같은 학내의 주요 현안에 대한 해결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있다. 총학과 중운위원들의 갈등이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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