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3월부터 KTX 여승무원(아래 여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파업에 들어갔다. ‘지상의 꽃’이라고 불리던 여승무원들의 파업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철도공사로부터 해고조치까지 받으면서 농성을 진행 중인 여승무원들. 그녀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재 투쟁을 이끌고 있는 KTX 승무지부장 민세원씨를 만나봤다. 짧은 머리에 큰 눈을 가진 민 씨는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투쟁 중인 그녀의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여승무원들의 문제는 비단 비정규직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민 씨는 “간접고용의 차별까지 포함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지난 2004년 철도공사는 자신이 실질적 사용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승무원들을 철도공사 소속이 아닌 ‘철도유통’이라는 다른 회사 소속으로 입사시켰다. 민 씨는 “저희를 모집한 것도 철도공사였고 이들로부터 교육과 지시를 받았기에 실질적인 사용자는 철도공사였습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여기에 소속 되지 않았다면 불법 파견 근무를 하고 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라며 자신들의 고용 형태는 명백한 불법 파견 근무라고 주장한다. 즉, 철도공사는 여승무원을 직접고용 한 것이 아니라 철도공사 산하의 다른 회사를 통해 간접고용한 것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까 인간적인 차별, 착취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더군요.” 현재 철도공사는 농성중인 여승무원들에게 ‘KTX 관광레저’라는 다른 회사의 정규직입사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민 씨의 입장은 단호하다. “간접고용은 직접고용의 비정규직보다 더 심한 차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접고용에서는 비정규직일지라도 사용자에게 책임이 있지만 간접고용하게 되면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

3백80명으로 시작한 농성은 이제 80여명만이 남아서 투쟁중이라고 한다. 투쟁이 시작되고 두 달 뒤 철도공사의 해고 조치가 이뤄졌고, 이 때 많은 여승무원들이 투쟁을 그만 뒀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06년 9월에는 노동부가 여승무원의 고용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종합적으로는 합법”이라는 결과를 발표해 그녀들은 또 한 번 좌절해야만 했다. 민 씨는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헤치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여승무원들에게 “1년이 지나도 우리들이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것은 투쟁으로 생긴 연대감 덕분이죠”라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민 씨는 얼마 전 자신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더 잘 알리기 위해 단식과 삭발을 강행했다. 삭발 후 많이 자란 머리가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노력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지난 해 경찰에 수배되기도 했다. “수배중일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피해 다니느라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기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피폐했죠.” 그러나 민 씨는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위해 농성을 계속 할 것이라며 굳은 결심을 나타냈다. “지금의 부당한 현실을 꼭 바로잡고 싶습니다. 이제껏 옳은 것을 위해 싸워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노동운동 역사에서 절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거예요.”

이렇게 각오를 다지는 민 씨지만, 의외로 그녀의 대학생활은 평범했다. “빨리 돈을 벌어야 했기에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더 당부하고 싶단다. “저희처럼 일상을 버리는 투쟁을 하라는 것은 아니예요. 다만 자기 주변에서부터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이것들이 모이면 사회를 바꾸는 큰 힘이 될 수 있죠.”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여승무원들은 현재 새마을호 승무원들과 연대해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민 씨는 “철도공사와도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이제는 교섭을 해야할 단계라고 했다.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는 민 씨. 그녀의 소박한 소망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글 신인영 기자 kongse@
/사진 김영아 기자 imst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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