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과 디자인 분야에서 찾은 컬래버레이션

인간 사회의 많은 일들은 서로 협동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난다’, ‘종이도 네 귀를 들어야 바르다’ 등 협동에 관한 속담만도 셀 수 없이 많다. 요즘 산업 분야에서도 이러한 협동의 바람이 불고 있다.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은 ‘협작’이라는 뜻으로, 다른 분야의 장점들을 공유해서 더 나은 뭔가를 창출하는 생산행위를 의미한다. 제품을 홍보하는 데서부터 소비자에게 보이는 부분을 디자인하는 데까지, 협작의 여러 모습들을 살펴보자.

브랜드 더하기 브랜드

이러한 현상은 최근 들어 마케팅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얼마 전 모 이동통신 업체가 내놓은 휴대폰 중에 ‘어머나 폰’ 이라는 모델이 있었다. 광고에 삽입된 노래제목을 따서 모델명으로 등록한 것이다. 이 모델은 기존의 다른 모델들과 기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업체는 고객들이 친숙하게 모델을 기억하게 만들 목적으로 이런 방법을 시도하게 된 것이었다. 실제로 이 모델은 비슷한 시기에 발매됐던 다른 모델에 비해 더 나은 수익을 거뒀다.

▲ 컬래버레이션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최근 독일에서 발매된 ‘Swatch-BMW’같은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 Swatch라는 시계 브랜드가 가진 ‘정밀하고 완벽’한 이미지를 BMW라는 회사에서 차용해 차의 이미지를 향상시킨 것이다. 지난 2006년 의류업체 빈폴은 코카콜라 로고의 빨간색과 병 모양을 활용해 변화를 준 ‘코크 업 진’을 출시했다. 빈폴 브랜드의 무난한 이미지는 모든 연령대에게 골고루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진의 경우에는 그 소비의 주요세대인 신세대에게 상대적으로 어필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코카콜라의 톡톡 쏘는 브랜드 이미지와의 결합을 시도한 것이다. 제일모직 조영후 팀장은 “코카콜라와 제휴해 그들의 이미지를 차용한 결과, 20대 초반 소비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디자인은 협작의 결정체

요즘에는 기업체에서 유명 디자이너와 교류해서 제품을 공동 생산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디자인한 측에서 제품 브랜드의 권리를 20%이상 소유할 만큼 디자이너의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삼성전자 홍보부의 강지희씨는 “디자인의 성패에 따라 시장에서의 명운이 좌우되기 때문에 자사에서 유명 디자이너를 직접 고용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업계에서는 ‘preprocess’ 제작 시스템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매스디자인의 최영철 상무는 ‘디자이너가 제작현장에 직접 찾아가 제품 공정의 매뉴얼을 인지한 뒤 그에 맞춰서 먼저 디자인해주는 방식’이라고 이 시스템을 설명한다.

패션쇼에서도 한 작품을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많은 협작이 요구된다. ‘07/08 F/W 서울 컬렉션’을 준비하는 서울패션디자인센터의 이지령씨는 “보통 패션쇼라면 한 디자이너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으로만 인식하기 쉽지만, 한 작품을 올리는 데도 10여명이 넘는 디자이너의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 한 모델이 워킹하는 무대를 만들기까지 의상, 분장, 헤어, 무대 인테리어, 연출 등 일일이 헤아리기도 벅찰 만큼 많은 디자이너들이 한 작품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대학교 이성식 교수(생과대·멀티미디어디자인/기초디자인)는 ”단순한 학문으로서의 디자인이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기업 혹은 브랜드들과 서로 상호 교류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이 많이 강조되는 출판업계에서도 다양한 협작이 이뤄진다. 무엇보다도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책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내용 만큼이나 ‘북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적 북 디자이너인 보리스 알레고비치씨는 “나는 책의 저자가 된 기분으로 책을 디자인한다. 왜냐하면 독자가 책을 다 읽어 내려갈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것은 책의 내용보다는 책의 디자인이 좌우하기 때문이다”라며 그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그가 전망한 앞으로의 출판산업은 디자인과의 협작을 통해 ‘읽는 책’에서 ‘보고 느끼는 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학문이 만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 요식업에서 동서양의 퓨전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일종의 협작이다. 오늘날, 컬래버레이션은 하나하나 열거해서 설명하기에는 이미 광범위하고 친숙하게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서로 다른 하나와 하나가 만나서 열, 스물… 그 이상을 창출해내는 협작의 모습에 한걸음 더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정 기자 iwhippyland@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