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취생의 건강을 위협하는 간편한 식품들.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아침이요? 귀찮아서 안 먹어요.”
작년 한 해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했다는 임대곤(생명공학·06)씨는 아침 식사를 챙겨 먹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일찍 일어나기도 힘들뿐더러, 일어나더라도 귀찮아서 밥을 건너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요즘 임씨뿐만 아니라 아침을 거르고 일명 ‘브런치(늦은 아침 식사)’를 먹는 자취생들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되면 신체가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피로가 커지고 활력이 저하된다. 또한 대뇌가 활동을 시작하는 아침에 당분을 섭취하는 것이 뇌의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므로 아침 식사를 꼭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대학교 학생식당 (주)아워홈 유소영 영양사는 “하루 섭취해야 할 에너지를 총 100%이라고 한다면 아침 33%, 점심 33%, 저녁 33%로 고르게 나눠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아침에 6가지 식품군을 고루 섭취하기 힘들다면 죽이나 빵, 시리얼이라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런 간단한 식사가 영양 면에서 완전하진 않지만 아침을 거르는 습관이 오래돼 영양 불균형 상태가 되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또한 아침을 굶으면 점심과 저녁에 과식으로 이어지므로 그만큼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같은 영양소를 과도하게 축적시켜 비만을 초래하게 된다.

한편,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은 대개 아침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물론 하숙과 기숙사는 자취하는 것보다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기가 좀더 수월하지만 이것 역시 스스로 챙겨먹지 않으면 소용없다. “밥보다는 빵이나 우유로 대충 때우는 편”이라는 홍연경(언홍영·05)씨의 말처럼 자취생들은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으로 한 끼를 해결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밖에서 먹는 식사조차도 주로 육류나 튀김류가 많아 트랜스 지방을 과다 섭취할 위험성이 크다. 그렇다보니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무기질과 비타민을 공급하는 야채나 과일은 구경하기도 힘들다. 심지어 이번 학기부터 자취를 시작한다는 남성은(경영·06)씨는 “영양결핍에 걸리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하지만 웰빙 시대에 걸맞게 야무진 자취 생활을 해나가는 학생들도 있다. 지난 1월부터 자취방을 새로 옮겼다는 정준영(전기전자·06)씨는 “밥은 항상 그때그때 적당량을 해서 가정식 백반으로 차려 먹는다”며 “등굣길에는 사과까지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취를 하면서도 주기적으로 과일을 구입해 먹거나, 아침식사 대용으로 미숫가루를 챙겨 먹으며 건강을 지키는 학생들도 많다. 또한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자취생을 위한 영양 식단과 노하우 등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고를샘의 뽀글뽀글 코너에서는 아침 8시부터 한식을, 일품향 코너에서는 죽과 토스트를 제공해 학생들이 아침식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유 영양사는 자취생들이 건강한 식사를 하려면 “우선, 부지런해야 한다”며 “귀찮더라도 아침을 챙겨먹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장을 보는 습관을 들여 자신이 직접 간단한 요리를 하라”고 권한다. 무엇보다 세 끼를 규칙적으로 꼬박꼬박 챙겨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특정 식품군에 지나치게 편중된 식습관 또한 피해야 할 것이다.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끼가 사무치도록 그리울 자취생들, “내가 먹은 음식이 바로 내 몸을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오늘 저녁, 가까운 마트에 들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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