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집단간의 합의 도출 체계

‘코포라티즘(corporatism)’은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사회에서 ‘국가행위와 사회구조를 연결시켜 주는 제도화된 체계’로 이해할 수 있으며 다원주의에 대응되는 모델로 제시된다. 즉 다원주의의 경우 이익집단이 자율적으로 국가정책에 영향을 주는 반면 코포라티즘은 이익집단이 국가에 의해서 허가를 받고 국가의 정책 수행에 있어서 대표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원래 중세 카톨릭 지배사회의 길드 개념에 연유하는 기능적 단체인 조합(corporation)에 그 구조적 근원을 두고 있는 ‘코포라티즘’은 무솔리니가 이탈리아에서 조합국가(corporate state)를 시도함으로써 발전하기 시작했다. 무솔리니는 직능집단을 단위로 하여 노동자, 자본가, 전문직업인 등을 각종 직능조합에 가입케하여 국가의 통제하에 둠으로써 파시스트당에 의한 지배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였다. 이런 배경 하에 등장한 코포라티즘은 파시즘과 나치즘이 패망한 후 거의 사라진 듯한 용어였으나 최근의 이익집단 연구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포라티즘’은 학자에 따라 그 정의가 다양하기 때문에 개념 규정을 하기는 힘들지만 간단히 말해서 개인들의 다양한 선호와 이해관계를 이익집단별로 정리, 집계해서 하나의 사회적 선택으로 모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국가 코포라티즘과 사회 코포라티즘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수 있는데 국가 코포라티즘은 국민 전체를 사회집단의 일원으로 재조직하여 국가이익에 부합하도록 강제하는 조직원리를 말하는데 반해서 사회적 코포라티즘은 이익집단 상호간의, 그리고 이들과 국가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경제정책을 형성·집행하는 체제를 말한다.
코포라티즘 체제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코포라티즘은 사회적 코포라티즘으로 분류된다. 스웨덴은 수출의존적 소국개방경제였기 때문에 소수의 산업부문을 특화시켰다. 이것은 노·사·정간의 사회적 코포라티즘을 발전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대규모 경제에서는 사양산업의 고용감소가 다른 성장산업의 고용증대로 상쇄될 수 있어서 시장이 특정 산업부문의 충격을 흡수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수 산업부문에 전문화된 소국경제에서는 특정 산업의 충격을 소규모 시장이 흡수하기 힘들다. 따라서 그러한 충격과 구조조정이 심각할수록, 그리고 소수 산업에 전문화된 소국경제일수록 시장조정에만 의존하기 힘들며 국가가 개입된 사회적 코포라티즘의 거시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사회적 코포라티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사용자 중앙조직, 그리고 노동조합 중앙조직과 국가가 각 구성원들의 선호를 대표하고 이해관계를 정리할 수 있고, 산별노조, 지역노조, 그리고 개별 사용자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억제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사회적 합의를 국가의 장기 프로그램으로 밀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나타나는 코포라티즘의 형태는 ‘국가의 사회부문에 대한 권위주의적 통치양식’의 의미로서의 국가코포라티즘이다. 즉 우리나라의 코포라티즘은 국가주도적 산업화과정 속에서 경제영역에 대해 국가가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하에 이루어져 왔다. 우리나라는 시장기능에 크게 의존하는 것도 아니고, 코포라티즘이 고도로 발달한 상태도 아니다. 중간 정도로 발달한 코포라티즘의 경우 조직부문이 비조직부문에게 경제적 충격의 비용부담을 전가시킴으로써 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을 오히려 왜곡시키는 역효과를 나타낸다. 우리나라가 좀 더 발전된 형태의 코포라티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협의 관계를 보다 중시하는 사회적 코포라티즘으로의 이행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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