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나운서 김소원 동문(심리91)을 만나다

"전 차가운 사람이 아니예요" TV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굉장히 친절했던 김소원 아나운서 /사진 윤영필 기자 holinnam@
SBS  「8뉴스」가 시작하기 30분 전, 생방송을 목전에 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SBS 사옥 4층에 위치한 오픈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그러자 TV에서 늘 봐왔던 우주선 속처럼 생긴 뉴스 스튜디오가 눈앞에 펼쳐져 있고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이는 한 사람이 신기루처럼 서 있다. 바로 「8뉴스」의 아나운서 김소원 동문(심리·91)이었다.

뉴스, 완벽함을 추구하다

저녁 8시 무렵, 괜시리 초조해서 몸 둘 바를 모르는 기자와는 달리 김 아나운서는 침착한 모습으로 대본을 읽어보며 큐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가 정확히 8시를 가리키면서  드디어 뉴스가 시작됐다. 김 아나운서는 영상이 나가는 동안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끊임없이 다음 뉴스 멘트를 연습하고,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며 진행을 해나갔다. 또 상대 아나운서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도 다음 차례가 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멘트를 해내는 모습을 통해 앵커로서의 노련함을 보였다. 그것이 바로 지난 2002년 8뉴스 주말앵커에서부터 현재 「8뉴스」의 앵커까지 햇수로 4년차 경력의 내공이리라. 숨가쁘게 진행된 뉴스가 어느새 끝이 나고 “잘 보았냐”며 미소 짓는 그녀에게서 후광이 비쳤다면 독자들은 믿을 수 있을까.

아나운서, 너는 내 운명

아나운서의 전형적인 모습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 듯한 김 아나운서. 아마 그녀는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부터 탁월한 실력의 소유자이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아나운서 준비를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고 한다.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그저 호기심에 아나운서 시험을 봤어요. 합격하리란 상상조차 하지 않은 채 시험을 봤으니 전혀 떨지 않았죠.” 그녀는 “오로지 너무 긴장을 안 한 덕분에 당차게 시험을 볼 수 있었고 그 결과 지난 1995년 단 한 번의 시도만에 아나운서가 됐다”고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김 아나운서는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같다”며 준비되지 않은 채 쉽게 아나운서가 된 대가로 몇 년 동안 지옥의 시간을 보내야 했단다.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용모와 멘트, 분장, 열정 등을 갖춰야 하는데 저는 그런 것이 하나도 준비돼 있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치이며 하루하루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의 연속이었죠.”라고 김 아나운서는 그 시절을 회상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돼 버리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김 아나운서 역시 마음을 다잡고 목소리, 말투 등을 연습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노력했던 것이 결실을 맺어 결국 「8뉴스」의 아나운서로 자리매김한 김 아나운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매일 뉴스를 진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드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4년째 일정 수준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매일 긴장하는 순간을 가지기 때문인지 감기도 하루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긴장은 어떤 의미일까. “살면서 매일 바짝 긴장하는 순간을 가진다는 것은 참 좋은 일 같아요. 자신을 끊임없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만들어 주니까요”라는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무래도 그녀에게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운명인 듯 보인다.

김 아나운서의 일상 속으로

「8뉴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김 아나운서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될까. “사람들은 「8뉴스」라고 하면 6시쯤 출근해도 되겠다며 부러워하는데 전혀 아니예요”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녀는 비교적 늦은 편인 낮 12시에 출근하지만 뉴스가 끝나고 평가반성회의를 마친 후에나 퇴근할 수 있다. 출근 후 낮 2시에는 그날 다룰 사안들의 배경지식과 정황들을 살펴보고 기본적 방향을 잡는 회의인 편집회의에 참석한다. 이어 김 아나운서는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주요 신문 3~4개와 기자들이 올려둔 취재정보시스템을 숙독하며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아나운서가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뉴스의 멘트를 정확히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아나운서는 “자신에게 뉴스는 매일매일 보는 시험”이라며 “시청자가 지켜보는 시험인 만큼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는 “그 외에도 「8뉴스」가 시작하기 전까지 예고뉴스와 주요뉴스를 녹화하고 뉴스멘트를 작성한다”며 바쁜 하루일과를 소개했다.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이예요

김소원 아나운서를 만나서 가장 놀랐던 점은 무엇보다도 텔레비전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해소해 주는 일종의 서비스업”이라며 “그래서 뉴스를 진행할 때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무릎 꿇고 주문받는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사람들은 나를 차갑고 도도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다”며 왜 그런건지 몹시 궁금해 했다.
이처럼 뉴스에서는 차가운 인상의 그녀이지만 실제로 만나보면 수수한 옷차림과 상냥하고 다정한 말투의 소유자였다. 또 인터뷰를 한 후 저녁에 「8뉴스」 촬영을 구경해도 되겠냐는 기자의 과한 부탁도 흔쾌히 허락해주었던 넓은 아량을 지녔다. 만약 그녀를 차갑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녀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김 아나운서는 “누구나 살다보면 나는 왜 이렇게 잘하는 게 없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고개를 드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며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으라고 충고했다. 힘든 시기를 참고 이겨내는 것이 곧 능력이라는 것이다. “아픔을 겁내지 말고 치열하게 지옥에 뛰어들어보세요. 그런 경험들이 훗날 그 사람의 깊이를 좌우하게 된답니다”라는 그녀의 말은 인생 선배로서 힘겨워 하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였다.
연속되는 실패에 주저앉아 있거나, 또는 행운이나 요행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 이럴 때일수록 “고통 없이 얻는 것도 없다”는 격언의 산 증인인 김소원  아나운서를 떠올려 보는 것이 어떨까.     

   
8시가 되면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는 그녀, 김소원 아나운서.                                      /사진 윤영필 기자 holinnam@ 

 /장지현 기자 zzangjj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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