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장학지원 확장, 연구중심대학 위한 선결과제

지난 9월 29일 대학원 총학생회(아래 원총)와 일반 대학원생들이 본관 앞에 모여 BK21(Brain Korea 21, 두뇌한국 21) 지원금 증가에 의한 ‘대학원 장학금 삭감’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학부 재학생들에 비해 대학원생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대학교의 분위기로 볼 때, 대학원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가진 이날 집회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학교 측의 대학원 장학금 삭감 조치는 △장학금을 삭감한 근거의 불명확 △장학금 삭감으로 인한 원생들의 어려움 △연구중심대학으로의 취지무색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 얼마나 삭감됐나

교육인적자원부(아래 교육부)가 지난 2006년 4월 26일 발표한 2단계 BK21 최종 선정결과, 우리대학교는 물리·국문·의학 등의 세부분야에서 총 33개의 사업단이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 지원 받는 금액은 매년 약 2백55억원, 7년간 총 1천7백85억원으로 이는 서울대의 지원 액수에 뒤이어 국내 2위에 해당되며 고려대의 지원 액수에 비해서는 매년 50여억원이 많은 수치다. 1단계 BK21 선정에 비해 급격히 증가한 이번 지원금을 바탕으로, 학교 측은 대학원 부원장, 교학부처장, 기획실장 등이 모인 관련기관 회의를 거친 뒤 총장의 최종 결정을 통해 대학원 장학금을 일부 삭감하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대학원에서 집행하는 총 장학금 예산 중 약 27억 2천만원의 예산이 축소됐다. 2학기 예산 계획에 74억 6천만원의 대학원 장학금이 책정돼 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 학기 장학금과 비교해 약 30%가 줄어든 것이다.

   

BK21지원금=교비장학금?

장학금 삭감과정에는 BK21 지원금과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을 동일한 것으로 보는 학교 측의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 예산조정부(아래 예조부) 정정래 부장은 “BK21 지원금 중 1백억원이 넘는 금액이 장학금으로 지원돼 등록금 대비 장학금 수혜 비율이 36.7%에서 54.7%로 증가한 만큼 전반적인 장학혜택은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에서 열심히 연구하라고 주는 BK21 지원금과 학교에서 학생들의 생활지원을 위해 주는 교비장학금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는 김소영씨(중어중문·박사 3학기)의 말처럼 많은 대학원생들이 학교 측의 주장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원 총학생회 회장(아래 원총회장) 강수휘씨(철학·석사 3학기) 역시 “BK21 지원금은 우수한 개별 연구 분야에 대해 국민의 혈세가 지원되는 것이지 학교 측에 의해 소유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BK21 지원금을 장학금 삭감의 근거로 제시하는 학교 측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실 고정식 부처장은 “BK21 선정과정에서 관련 정책수립·공간문제해결·교육의 질 향상과 같은 내부적인 면에서부터 외부 홍보와 같은 대외적인 전략 측면에 이르기까지 학교가 기울인 노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며 “BK21 지원금이 단지 개별 연구분야의 성과만으로 지원된 자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BK21 지원금은 학교 내부의 장학금과는 구별되는 연구진흥비”라는 교육인적자원부 학술진흥과 최홍준 직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BK21 지원금의 근본적인 목적이 연구중심의 대학원을 조성하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BK21, 선정돼도 문제, 안 돼도 문제

장학금이 삭감되면서 대학원생들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졌다. 특히 BK21에 선정되지 못한 분야의 학생들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행정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원생 정아무개씨는 “BK21 사업단에 선정되지 못한데다가 장학금까지 삭감돼 학과 분위기가 매우 침통한 상태”라며 어려운 심경을 표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장학금 삭감으로 인해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엄청난 상실감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BK21 사업단에 선정되지 못한 분야의 문제에 대해 예조부 정 부장은 “애초에 신청을 하지 못한 분야나 최종 선정되지 못한 분야에 대해서는 지난 학기 장학금 대비 3%의 추가 지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학금이 27억원 줄어든 데에 비해 고작 3%에 해당하는 2억원의 추가 지원은 미비한 수준”이라는 원총회장 강씨의 말처럼 학교 측의 추가지원이 장학금 삭감의 공백을 메우지는 못하고 있다.

BK21에 최종 선정된 일부 분야에서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김홍빈씨(응용/응용물리·통합 6학기)는 “BK21사업단에 최종 선정됐지만 장학금이 대폭 삭감돼 작년과 비교해 수혜금액이 줄었다”고 말했다. 유창준씨(건축공학·석사 3학기)는 “대학원생으로서의 연구업무에 더해 BK21 사업단 관련 업무까지 추가됐지만 장학금 삭감으로 인해 어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장학금 삭감이 BK21에 선정되지 못한 분야와 선정된 분야 모두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겉으로만 연구중심대학 표방하나”

대학원 장학금의 감소는 대학원생들의 연구의욕을 꺾어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대학원 총학생회 부회장 정재화씨(철학·박사 1학기)는 “연구에만 몰두해도 빠듯한 상황에서 장학금이 삭감돼, 연구는커녕 학비를 먼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라고 어려운 사정을 설명했다. 원총회장 강씨 역시 “학교 측은 BK21 선정과 노벨 포럼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겉으로만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할 뿐이다”라며 “실제로는 연구의 중심이 돼야 할 대학원생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연구에 제대로 매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예조부 정 부장은 “삭감된 장학금은 ‘글로벌 5·5·10전략’의 달성, 외국인 교수 채용 증대, 고급 연구자재 구입 등 대학원 발전을 위한 간접적인 방향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총회장 강씨는 “삭감된 금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명시돼있는 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학교 측의 주장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고 부처장은 “대학원생에게 풍족한 혜택을 제공해 연구중심대학의 풍토를 조성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의 재원이 충분치 못한 면이 있다”며 “BK21 선정에서 쾌거를 거둠으로써 앞으로 연구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인 만큼 학생들이 양해해줬으면 한다”고 이해를 구했다.

대학원은 학생과 교수가 모두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하지만 장학금 삭감으로 인한 학비 문제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은 아직까지 우리대학교가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도 연구와 교육환경에 대한 장기적인 뒷받침이 마련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학교 측이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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