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전문 사진 작가 한석홍씨를 만나다

학술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고유한 작품, 문화재. 보통 문화재는 박물관,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유물의 모습을 가장 충실하게 재현한 매체 중에서도 ‘문화재 사진’은 출판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국미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여기 3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오직 문화재 사진 작업에만 전념하며, 사진 속에 옛 사람의 혼을 불어넣는 사진작가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한석홍. 그는 어떠한 계기로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 옛 혼과 함께하는 사진의 명장 /한구미술사진연구소 자료사진

한 작가가 문화재 사진 작업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1년 우연한 기회로, 고(故) 이병철 전 삼성그룹회장의 소장품 특별전의 사진 촬영을 하면서부터다. “사실 대학 때 사진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사진이 지니고 있는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한 작가였지만, 전시회 사진 작업을 통해 그는 사진가로서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 이는 나아가 오늘날 한 작가가 문화재를 신중하고 겸허하게 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의 노력과 깨달음 덕택이었을까. 한 작가가 맡은 이 회장의 소장품 도록 사진 작업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그로 인해 한 작가는 본격적으로 전국의 박물관에서 만드는 모든 자료들의 사진작업을 도맡게 됐다. 교과서 속 문화재 사진에서부터 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화재 관련 서적의 사진들까지 거의 한 작가가 찍은 것이라고 봐도 될 정도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문화재 사진 분야에서 그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끔 한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문화재 중에서도 금관, 자기, 동상과 같이 이동이 가능한 ‘동산(動産)문화재’ 사진을 전문 분야로 하고 있는 한 작가는 “문화재 사진을 통해서는 실제 유물을 접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문화재 사진 촬영에서의 객관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유물이 만들어진 조형정신까지도 파악하여야 비로소 유물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한 작가의 사진이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의 예술적 기록인 동시에 작가의 혼이 담긴 작품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 작가가 작품 속에서 느낀 한국미술의 아름다움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과장되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격하지 않은 부드러움을 한국의 미로 꼽으며 그 중에서도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고 이를 전달하려는 마음가짐이 결국 그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화재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문화재에 대한 애정은 그가 운영하고 있는 한국미술사진연구소(http://www.hanstudio.co.kr/) 등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문화적 위상과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귀중한 문화재나 고미술품들을 자료화하는 데 있어 어떤 사진을 사용하는가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하던 한 작가. 그의 이야기에서 우리나라의 5천년 역사가 사진으로서 우리에게 남겨준 삶과 예술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이미지가 디지털화 돼 인터넷 속을 떠돌고 있는 요즘, 한 작가의 사진이야말로 혼을 담는 그릇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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