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진 취재2부장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던 ‘리더십’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봇물 터지듯 흘러 나와 온 세상을 뒤덮어 놓고 있다.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사회적 메인 이슈 자리는 자신의 것이었다는 것 마냥, 안주인 행세를 하며 당당히 자리잡은 모습이 당황스럽다. 대체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리더십’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던가. 갑자기 왜들 이러시나.
 
▲ ‘리더십’ 열풍이 거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업 중인 리더십 관련 학원은 줄잡아 수천여개. 넘쳐나는 각종 리더십 특강에,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빠질 새가 없는 리더십 관련 서적들은 리더십을 갈망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 대학가도 이에 질세라 동참했다. 속속 들이 생겨난 리더십 특강이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음을 넘어 익숙해졌고 ‘여성주의 리더십 특강’, ‘글로벌 리더십 특강’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최근엔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리더십센터까지 들어서는 추세다.

▲ 하지만 이러한 ‘열풍’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접하는 많은 관련 도서나 강좌들이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은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책들의 대부분은 주로 리더십의 테크닉적인 요소에만 치우쳐져 있는 것이다.
 ‘팀원들을 프로 선수로 만들어라’, ‘적은 완벽하게 박살내라’는 등 관련 서적들의 내용을 읽고 있을때면 참으로 뜨악하다. 타인을 이끄는 리더십은 진정으로 타인을 포용할 수 있을 때 발휘되는 것 아니었던가?
 
 ▲최근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각 대선주자들의 리더십 스타일 분석에서도 리더십의 본질보다는 ‘말을 위한 말’을 이끌어내는 행태가 계속된다. 누구는 어떤 리더십으로, 누구는 어떤 리더십으로 그려지며 리더십은 진정으로 타인과 국가를 이끌어갈 능력의 척도로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선주자의 성향 정도를 설명하는 예쁜 포장용지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경쟁에서 승리한 최후의 승자만을 주목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도 여기에 그대로 투영돼 리더만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 점도 리더십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이끌어내기엔 아쉬운 점이다.

 ▲풍요 속 빈곤. 리더십의 홍수를 겪고 있음에도 리더십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본질은 잊은채 테크닉화 된 리더십을 체득하고 경쟁체제에서 살아남는데만 이용되는 현실, 그리고 전체 구성원이 아닌 리더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현실은 감히 이렇게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리더십이 부재한 사회? 탄식보다 앞서야 할 것은 진지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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