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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요,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여성 노숙인 쉼터 열린여성센터를 가다
  • 정세한 기자
  • 승인 2006.11.20 00:00
  • 호수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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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이 내려다보이는 용산구 서계동 언덕배기.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작은 간판이 붙어있는 조그만 대문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여성 노숙인 쉼터인 열린여성센터(아래 센터)이다. 서울시내에 8개소가 있는 여성 노숙인 쉼터 중 이곳은 정신질환을 앓는 여성 노숙인에 특화된 쉼터이다. 센터에서는 숙식제공과 함께 심리 재활 치료 및 자립 교육에 중점을 두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4일 이곳을 찾았을 때는 식사준비를 하는 자원봉사자들, 매주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상근자, 또 어디선가 계속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소장 등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 갈 곳 없는 여성 노숙인들의 다뜻한 보금자리, 열린여성센터 /윤영필 기자holinnam@yonsei.ac.kr

일반 서민의 가정집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곳은 1층에 독신 여성 노숙인 17명, 2층에 모자가정 3가족을 합해 총 28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됐을까. 김진미 소장은 한 여성 노숙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아이와 함께 센터 2층에 살고 있는 그녀는 알코올 중독인 남편의 계속되는 폭력으로 인해 임신한 상태로 두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오게 된다. 그 후 가정폭력쉼터에 있다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심해져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현재 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여성 노숙인 중 약 50%정도는 짧게는 한달, 길게는 3년동안의 거리 생활 중 거리 상담 등을 통해 이곳에 왔다. 이렇게 센터에 오게 된 노숙인들은 여러 적응 과정을 거친다. 거리에서의 삶을 잊고 건전하게 즐거움을 찾는 연습, 즉 여가활동이나 대인관계 연습, 몸을 씻고 손수 식사를 준비하는 등의 기본적인 자립 훈련 등을 통해 다시 사회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여성 노숙인은 이제 더 이상 소수 집단이 아니다. 서울시 노숙인 자립지원반에서 파악하고 있는 여성 노숙인의 수는 지난 99년 1백여명에서 2006년 현재 쉼터에 2백30여 명, 거리에 30여 명 정도이다. 비율도 급증해 노숙인 문제가 처음으로 대두됐던 99년에는 전체 5%에 불과하던 여성 노숙인이 2004년 조사에서는 14%를 차지했다. 수효가 늘면서 여성 노숙인이 직면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김 소장은 “상담을 해보면 많은 여성 노숙인들이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며, 그 외에도 남성 노숙인이나 취객 등에게 해코지를 당한 경험도 많다고 털어놓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여성 노숙인에 대한 열악한 지원이다. “현재로서는 정책적인 지원도 열악하며, 특히 보호시설등이 많이 부족하다”고 김 소장은 지적한다.

이런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노숙인 정책은 최근 들어 자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시청의 노숙인 총괄부서도 과거 ‘노숙인 대책반’에서 ‘노숙인 자립지원반’으로 지난 1일 명칭을 변경하며 이러한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여성 노숙인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야심작이기도 한 ‘노숙인 일자리 갖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1천6백명의 노숙인 중, 여성은 17명에 불과했다는 점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에 노숙인 자립지원반 김현아 직원은 “오는 11월 중순부터 2월까지 진행될 동절기 대책에는 여성 노숙인도 참여할 수 있는 청소 등의 공공 근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은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 소장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노숙인, 특히 정신장애를 안고 있는 대다수의 여성 노숙인의 자활을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계단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심리치료 등을 통한 재활- 일자리 문제 해결- 주거 해결 등을 순차적으로 이룰 수 있는 체계를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노숙인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많은 일반인들이 노숙 상태에 처한 사람을 무기력하고 게으른 천성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에 서서히 열악해진 경제 상황과 가정 폭력, 정신 질환 등으로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상황에 빠진 여성 노숙인들에게 그러한 편견은 너무나도 잔인한 것이다. 센터의 거실 벽에 전시돼 있는 사진 속에서 아이처럼 웃고 있는 여성 노숙인의 모습을 보며,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행복을 찾아주려는 사람들의 작은 노력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세한 기자  mightyd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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