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비/교환학생 경비 지원등 다양한 장학혜택... 선발과정의 객관적 기준 마련 시급

지난 2003년, 학교 측은 ‘각 분야의 우수한 영재들을 발굴해 사회에서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연세 우수학생 육성 제도(아래 우수학생 제도)’를 실시하고 매년 20명 내의 학생을 선발해왔다. 하지만 “그런 제도가 있었는지 몰랐다”는 이준형씨(응용통계·01)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우수학생 제도는 △선발과정의 체계성 △장학혜택의 합당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연세 우수학생은 뭔가 다르다?

연세 우수학생(아래 우수학생)은 신촌캠퍼스 지원자(정시·수시 모두 포함) 중 과학고·외국어고·일반고의 최우수학생을 선발대상으로 한다. 입학관리처에서 입학 원서와 내신 성적·수능 성적·대외상 수상 경력 등을 검토한 뒤 우리대학교 교수들로 구성된 ‘선발 위원회’가 면접을 실시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우수학생에 선정될 수 있는 것이다. 우수학생은 지난 2003년 제도가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총 42명이 배출된 상태다.

이렇게 선발된 우수학생에게 제공되는 혜택도 다양하다. 먼저 재정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학부와 대학원 재학 시 등록금(입학금 포함)과 기숙사비가 전액 면제됨은 물론, SAP·교환학생 경비로 5백만원, 유학정착금 지원비로 5백  만원이 지급된다. 또한 매달 교재비의 명목으로 학부 재학 시 30만원, 대학원 진학 시 40만원이 제공되며 학회참가비도 지원된다. 이외에도 개별 지도교수 및 전담 학사지도사 배정, 유럽체험학습 기회 제공, 필수이수과목 면제, 스터디룸 제공, 우수학생들만을 위한 각종 세미나 실시 등 학교 측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학내의 우수한 인재를 격려하고 육성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대학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수학생 선발과 그 혜택에 있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문준철씨(행정·01)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수학생 제도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체계성에 의문이 가는 선발과정

공식적으로 연세우수학생의 선발범위는 ‘서울 캠퍼스 지원자 중 최우수학생’으로 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내신 성적이 우수하고 각종 경시대회, 올림피아드에의 수상실적이 높아 입소문이 난 학생들이 파악되면 개별적으로 지원을 권유한다”는 학교 본부 측의 한 직원의 말처럼 학생들이 지원하기 이전에 학교 측이 특목고의 우수한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접촉, 지원을 권유하기도 한다. 이것이 “특정한 선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학생에게 비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게 아니냐”는 이현석씨(사학·05)의 지적처럼 우수 학생에 대한 개별적인 접촉을 문제 삼는 의견도 있었다.

 우수학생의 선발을 담당하는 선발위원회가 입학관리처장의 재량 하에 구성된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선발위원의 선정이 우수학생 선발에 있어 중요한 사안인 만큼, 이 과정에서 학교 차원에서 철저히 논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통로가 명문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한광희 입학관리처 정책부실장은 이에 대해 “선발위원에 대한 추천과 선정권이 입학관리처장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선발위원 혹은 관련 교수들과 충분히 논의해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위의 사전 학생 접촉과 선발위원선정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확고한 원칙과 기준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제도 운영은 여러 잠정적인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양돼야할 것이다.

이외에도 우수학생 장학증서 발급일과 서울대 면접일을 겹치게 해 학생들이 두학교 중 한 곳을 선택해야만 하도록 유도한 것은 우수학생을 선점하기 위한 다소 지나친 처사라는 인상을 받게 한다.

우수학생 장학혜택, 합당한가?

“학내 곳곳에 재정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학생에 대한 혜택은 과도한 면이 있는 것 같다”는 김진주씨(생활과학계열·06)의 말처럼 우수학생에게 지원되는 장학 혜택에 대한 의문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고려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안암 우수장학제도’가 등록금이 전액 면제되고 계열 수석의 경우 20만원, 단대 수석의 경우 10만원을 매월 지원받는 것 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는 것과 비교할 때, 우리대학교의 우수학생 지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물론 타 대학에 비해 풍부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장학 차원에서 고려할 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양한 혜택의 근거가 과연 얼마나 합당한가에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책부실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우수학생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미래 사회의 리더가 돼 학교를 빛낼 수 있는 인재들을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장학지원은 필수적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매달 30만원씩 지원되는 교재비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달 교재를 구입하는데 30만원이나 드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교 본부 측의 한 직원은 “우수학생 제도 요람에는 교재비로 언급돼 있지만 실제로는 학업을 성취하는데 필요한 학습 지원비로 보는 편이 옳다”고 말했다. 토플점수, 학점 등 별도의 기준을 만족한 경우에 지원되는 교환학생 지원금을 제외하고는 입학 후 성적에 제한 없이 각종 장학혜택이 제공돼 특혜가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교무처 이진우 주임대우는 “높은 학업 성취도를 지닌 학생들인 만큼 대다수의 우수학생들이 해당 장학혜택 기준을 충족할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우수학생은 이러한 지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2004년 우수학생으로 선발된 아무개씨는 “무엇보다 1인당 1명의 지도교수와 전담 학사지도사를 배정받아 학교생활과 미래에 대한 설계와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장학혜택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충분히 그런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혜택을 개인의 것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학교 전체에 환원할 수 있도록 많은 우수학생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교육은 백년지계’라는 말처럼 교육에 있어 미래를 생각하는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중요하다. 따라서 적극적인 장학 제도를 통해 우수한 인재의 입학을 유도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학교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재정적인 부분을 비롯한 우수학생에 대한 지원은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만큼 학교 측은 우수학생을 선발하고 육성하는데 있어 보다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이뤄질 때 우수학생 제도는 모든 연세인의 공감을 얻는 장학제도이자 세계적인 인재를 육성해나가는 창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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