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앞에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그러나 같은 신촌 역세권인데도 타 대학 방면에 있는 맛집과 멋집은 알 기회가 많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연세인들의 맛집, 멋집 리스트에 등록할 만한 또 하나의 멋진 곳, 서강대학교 앞의 ‘산까치'를 찾아가봤다.

▲ 전통적인 황토 색깔의 나무 테이블과 현대식 소파, 흔들의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산까치 공간.
입구에서 지하로 향해 내려가는 계단은 사람들의 자취로 중간부분이 닳아 있어서, 이곳의 오랜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와 내부에 들어서니, 한지로 만든 전등에서 나온 불빛이 은은한 분위기를 가득 내뿜었다. 주메뉴인 된장비빔밥과 제육덮밥만으로 이 곳의 분위기를 속단하는 것은 금물! 들어서자마자 걸려있는 키와 징, 북 등의 민속악기가 향토색을 자아내었다. 힘차고도 정감 있는 붓글씨로 쓰인 현판도 향토적인 분위기를 더 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천장은 통나무와 짚으로 엮여져 있어 독특한 멋을 풍겼다. 전통적인 황토 색깔의 나무로 만든 테이블에 반해 현대식 소파나 흔들의자, 그리고 번갈아 나오는 클래식과 국악 등의 배경음악은 이곳이 ‘民俗cafe'임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이 집의 자랑거리이자 대표적인 메뉴는 바로 ‘된장비빔밥’과 ‘제육덮밥’. 정갈한 상차림에는 집에서 해주는 듯한 계란말이, 봄철 입맛을 돋우는 쌉싸름한 비듬나물, 김치, 깍두기가 올려졌다. 밑반찬과 나물은 매일 바뀐다고 하는데, 끼니를 때우는 자취생들이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려는 주인 아주머니의 배려가 엿보였다. 소쿠리에 한가득 신선한 상추와 치커리, 쌈장과 풋고추가 담겨 나왔다.

▲ 먹음직스럽게 푸짐한 상차림.
된장비빔밥은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져 나오는 된장찌개를 조그마한 국자로 퍼서 큰 그릇에 담긴 밥에 비벼 먹는 것인데, 소쿠리에 담긴 상추가 그 맛을 더했다. 시골의 간된장에서 힌트를 얻어서 만든 메뉴인 된장비빔밥은 독특하고 얼큰한 맛이 인상 깊었다. 어릴 적 외갓집에서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의 향을 닮아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제육덮밥은 고기양이 적어 덮밥이라는 말이 무색했던 다른 음식점과 달리 많은 양의 고기가 나왔는데 연한 고기에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녹차 잎을 직접 볶아 만들었다는 깔끔한 현미녹차를 후식으로 마시며 주인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눠 보았다.

“한 때 신촌 근처의 대학생들이 미팅장소로도 많이 애용했다”며 “가끔 학생일 때 커플로 이곳을 찾다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이 날아올 때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사장님 부부에게서 왠지 모를 정겨움과 친숙함이 묻어나왔다. 오징어 덮밥을 좋아한다는 서강대 3학년 한 여학생은 늘 편하고 넉넉한 분위기 때문에 이 집을 자주 찾게 된다고 했다.

요즘 거리에 있는 음식점마다 각종 방송국의 요리 프로그램 출연을 알리는 선전들이 참 많은데 이 곳은 그런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선전을 내세우지 않아도 학생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것인데, 오랜 세월동안 이 곳을 지켜 온 사장님 부부의 욕심없는 넉넉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하였던가?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다면, 넉넉하게 배가 부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산까치의 반가운 손님이 되는 건 어떨지?

*주요메뉴: 된장비빔밥 - 4500원, 제육덮밥 - 4500원, 소고기덮밥, 오징어덮밥 등.

*찾아가는 길: 신촌역 6번 출구에서 세븐 일레븐 편의점 좌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약 2분 거리.

/신나리, 김혜미 기자 lovely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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