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어둠의 동굴 속 멀리 그대가 보여…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이 너무나 소중해. 함께라면.”
어딘가에 있을 법한 ‘마법의 성’아래 깔려있는 동화적 순수함. 누구에게나 마음 깊은 곳에는 그런 동화적 순수함이 존재한다. 동심을 이끌어 내주는 김광진 동문의 노래에는 그것이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증권회사를 다니면서 음반을 내 더욱 화제가 됐던 그는 어릴적부터 음악을 사랑한 ‘음악가족’의 일원이었다. “7남매 모두 한가지씩 악기를 배웠어요. 저는 바이올린이었죠.” 재학시절 참가했던 이화여대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한동준씨와 알게돼 1991년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라는 곡을 줌으로써 본격적인 음악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독창성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라 말하는 그는 실제로 재미있고 독특한 음악을 많이 만들었다. 이승환의 「덩크슛」도 그의 작품. 「마법의 성」도 그가 게임인 ‘페르시아의 왕자’를 보고 만든 음악이라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끊임없이 새롭게 고정관념을 깨려는 그는 이번 앨범에 테크노와 힙합음악도 실어 팬들을 즐겁게 했다. 또한 그와 그의 음악은 다른 음악인들도 인정하는 ‘맑음’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이승환씨는 김동문을 두고 ‘그의 옷장에는 천사의 날개를 숨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랑도 이별도 사춘기 소년같은 풋풋함으로 풀어내는 그를 보고 한 말이리라.
대학 시절에 뛰어난 가창력으로 인기가 많았을 것이라는 말에 “그 당시 외모가 지금보다 못했어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 때 노래방이라도 있었으면 인기가 많았을텐데…”라고 덧붙이기도. 우리대학교에서 주최하는 가요제를 비롯, 각 대학가의 가요제를 휩쓸었던 그는 지금도 좋은 노래로 모교의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당시 대강당을 가득 매운 동기들, 선후배들의 함성이 그립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제일 생각나는 곳은 다름아닌 농구장. 그의 프로필에 장래희망이 스포츠 분석가라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그만큼 직접 농구를 하든 안하든 농구가 좋아 항상 농구장에 붙어있어서 나중에는 ‘항상 농구장에 있는 아이’로 유명했단다.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그는 사회 참여적인 음악을 하기도 했다고. 동심의 세계가 가득한 그이지만 시대적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었던가 보다. ‘운동권’학생은 아니었지만 뒤에서 그런 친구들을 돕기도 했다.
요즘 그는 ‘예. 벤처플러스입니다’라며 전화를 받는다. 지난 1998년 증권회사를 그만두고 음악인으로서 전념하던 그는 지난 7월 1일 주식회사 벤처플러스의 이사가 돼 다시 경영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음악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을 버리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그에게는 음악과 경영분야를 나누어 ‘신기하게’ 바라보는 주위사람들이 이상하다. “경영에는 ‘미래의 불확실성’이라는 매력이 있어요. 둘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이소라의 「처음 느낌그대로」, 그리고 최근 발표한 그의 「편지」. 이런 좋은 곡을 쓰기 위한 그만의 ‘노하우’가 있냐는 질문에 “그건 진실함이죠. 화려함보다는 솔직함, 그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죠”라며 웃음짓는다. 음악인의 길을 가고픈 연세인들에게 그는 “끝까지 하겠다는 신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성도 요구된다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변해가겠죠. 하지만 제가 만든 음악을 통해 제가 위안을 받는 걸요. 앞으로도 제 노래처럼 살기위해 노력할 거예요”라며 특유의 장난기 어린 눈을 깜박이는 김동문. 어딘가 있을 ‘마법의 성’에서 ‘어른의 마음’이라는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하러 가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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