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예술가 ‘지알원’을 만나다

 

비주류로 여겨지던 그라피티**와 거리 예술이 미술관에 등장했다. 제도권 밖의 예술가들이 미술관이라는 제도권 안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새로운 장르를 마주하는 듯한 신선함을 준다.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시작해 회화, 영상 등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고, 거리와 미술관을 오가며 작업해온 지알원 작가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A. 지알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다. 주로 거리 예술인 그라피티를 기반으로 하면서 회화, 영상, 설치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Q. 예술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

A. 어린 시절 힙합을 즐겨 듣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힙합 문화 중 하나인 그라피티를 통해 자연스럽게 예술을 시작했다. 이를 이어가다 보니 창작 행위 자체를 즐기게 되며 미술 작업을 함께 진행하게 됐다.


Q. 학부 졸업 후 미국에 있는 회사에 취직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직장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학부 시절부터 전공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 하던 일도 나와 그다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이 지나니 안정적인 삶 또한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라피티를 할수록 거리 예술가로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동양인으로서 한국에 국한하지 않고 동아시아 전체를 로컬로 삼으면서 활동하고 싶었다. 실제로 서울에 거점을 두고 동아시아 전체를 돌아다니며 거리 작업을 해왔다. 


Q.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과 외국의 거리 예술의 차이는 무엇인가.

A. 큰 차이는 못 느꼈다. 다만, 외국은 한국보다 인프라가 조금 더 갖춰져 있다. 한국은 유행에 민감하고 사회 변화 속도가 빠르며 역동적이다. 몇 년 전 그라피티가 유행하고 관심이 높아지며 작업 환경이 개선되고 좋은 재료들이 많이 수입됐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거리 예술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한국에서는 예체능을 하면 공부을 배제하고 해당 분야에만 몰두하는 문화도 강하다. 미국에서 생활하던 시절에는 경쟁 사회라는 느낌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일과 그라피티 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다. 취미로 그라피티 하는 친구들이 다수였고 작품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유명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Q.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A. 거리에서 작업할 때는 페이스트업***이라는 기법을 이용한다. 얇은 종이에 미리 그림을 그려놓은 후 길거리에 나가 도배하듯이 작업한다. 5~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작업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비합법적인 예술 특성상 한 장소에서 장시간 앉아 그리기 힘들 뿐만 아니라 날씨에 따른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허가된 행사나 초청받은 전시에서는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실리콘이나 본드 등 지속력이 뛰어난 재료를 이용하기도 한다.


Q. 작업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는가.

A. 초창기에는 그라피티라는 예술적 행위 자체를 즐겼다. 최근에는 당위성을 갖추고 담론거리를 던지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특정한 주제나 키워드, 사회 현상들에 대해 대중이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는 결과물을 선보이고 싶다.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제보다는 나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에 중점을 둔다.

 

 

Q. ‘블랙 앤 그레이’ 톤으로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거리 예술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다. 내가 의도한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다채로운 색을 많이 배제하고 단색을 쓰게 됐다. 그러나 최근 다시 여러 가지 색을 넣은 새로운 작업 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있다.


Q. 거리 예술가로서 겪는 어려움이 있는가. 

A. 현재는 건물 내부에서 하는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 외부에서는 좋은 장소나 벽을 발견해도 허가를 받지 못해 안타까웠던 경험은 있다. 전혀 다른 장르나 새로운 작업에 도전할 때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Q. 최근 예술의전당, 소마 미술관, OCI 미술관 등 다양한 미술관과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했다. 거리예술 작품과 미술관 전시 작품에 차이가 있는가.

A. 작품들이 놓인 환경이 다르다. 거리 예술 작품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지만 미술관 작품은 대개 작품을 보러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거리작품도 초청을 받은 경우에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다. 그러나 몰래 작업하는 경우, 작업이 끝난 후에 작품을 촬영하러 가면 작품이 이미 훼손되거나 사라졌기도 했다.


Q. 제도권 밖에 있던 거리 예술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정체성이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거리 예술이 내부로 진입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정체성이 퇴색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거리에 남는 예술가도 있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창작 공간의 확장일 뿐 제도권 안이든 밖이든 창작자라는 개념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Q. 작품을 접하는 대중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작가들의 예술 행위나 창작물들을 열린 마음으로 봐주길 바란다. 예술적 철학을 알아야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대중들이 편안하게 작품을 접할 수 있길 바란다. 언론에서 그라피티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도 하지만, 인식 변화를 위해 그라피티에 예술적 의미를 더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A. 개인적으로 과거보다 작업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그럼에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하고 싶은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목표다. 현재 예정된 전시 프로젝트들은 과거의 내가 간절히 원했던 기회인 만큼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지알원 작가는 그라피티에 국한하지 않고 창작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 그가 창작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질 메시지를 기대해 본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 그라피티: 벽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
** 페이스트업: 경찰을 피해 길거리에서 빠르게 작품을 남기고 사라지는 그라피티 아트에 특화된 작업 방식 중 하나. 포스터 바밍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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