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입양아 현실을 살펴보다

 

  탤런트 신애라·차인표 부부가 입양을 선택했고,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제3세계 아이를 입양했다. 이처럼 여러 스타들이 아이를 입양하는 모습을 매스컴이 앞다퉈 보도하면서 우리에게 입양이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듯 싶다. 하지만 아직 입양은 우리에게 생활 속 일상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이제 입양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도록 하자.

입양에 대한 모든 것

  입양하기 위해서는 ‘입양 수수료’라는 비용도 클 뿐 아니라, 그 조건도 굉장히 까다롭다. 아동을 양육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춰야 하고 아동과의 연령차이가 50세 미만이어야 하며 25세 이상의 혼인 부부여야 한다. 입양을 선택하는 부부들의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불임문제 때문에, 또는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첫째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첫째 자녀를 낳고 둘째 아이의 입양을 선택한 유 아무개씨는 “아이를 한 명 더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TV에서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을 보면서 후원금 내는 수준이 아니라 저 아이를 내가 키워서 사회에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은 정식 입양 절차를 거친다. 유씨는 “TV에서 보는 것처럼 아이들이 요람에 쭉 누워있고 입양부모가 고르는 것은 아니다”고 한다. 입양은 상담자가 산파 역할을 한다. 부모가 상담자와 상담을 통해 입양에 대한 준비를 하고 어느 순간 상담자가 아이를 보여주면 운명적으로 아이와 부모가 만나게 되는 것이다. 원래 입양은 아이의 행복을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상 입양을 하려는 이유가 순수하게 아동복지의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모들이 약간의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남/녀 구분이나 혈액형 정도의 조건을 내건다.

아직 우리 손으로 보듬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양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대학생 류정희씨(인문계열·06)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제도이고, 가정이 필요한 아이를 데려다 키운다는 것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이 개선되긴 했어도 아직 입양문화가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다가오지는 않은 듯하다. 다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이나 이민이 자유로운 유럽 같은 개방적인 사회의 경우 입양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아직 혈연중심적인 한국사회에서는 입양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이런 풍토에 의해 아직도 해외로 보내지는 입양아의 수가 국내입양아 수보다 많다. 지난 2005년도 자료를 보면 국외입양아동 수는 2천1백1명인데 비해 국내는 1천4백61명이다. 국내입양 비율이 41%로 채 50%가 넘지 않는다. 장애아동의 수는 그 차이가 27배에 육박한다. 이렇게 해외입양이 많은 현실에 대해 요즘에는 ‘선진국 반열에 낀 우리나라가 해외로 아이들을 입양 보내서야 되겠느냐’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의 입양 수요가 새 가정을 기다리는 아이들보다 적다는 데 있다. 물론 국내로 입양 보내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 수요가 부족할 경우 시설에서 키워지는 것보다는 해외로 입양되는 것이 아이들 성장에 훨씬 좋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있다. 즉, 시설에서 지내면 여러 명이 소수의 보호자들에 의해 관리되지만 입양은 일대일로 충분한 교감을 나누며 부모자식 관계를 맺기 때문에 더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외입양 비율은 꾸준히 그 수치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문제와 연관해서 해외입양을 지양하고 국내입양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에서는 얼마 전 입양가정에게 입양수수료 2백만원과 양육수당 매달 10만원을 지원해주는 국내 입양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제3세계 아이들, 언제 우리 품으로?
 
  1960~70년대의 가난했던 시절부터 미국이나 유럽으로 아동들을 많이 보낸 만큼, 우리도 우리보다 형편이 어렵고 사랑을 필요로 하는 제3세계 아동들을 입양해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아이를 원해도 입양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아직 법적으로 인정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홀트아동복지회 홍보과 이현주 간사는 “단일민족의 가치가 아직도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는 우리와 생김새가 다른 아이가 사랑받으며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로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비율이 더 높고, 아예 해외에서 입양을 받는 것은 법적으로 허가돼 있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의 입양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다는 것을 뜻한다.
  입양은 사랑을 주려고 준비된 상태의 가정에서 이뤄지므로, 입양된 아이가 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양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입양은 아름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희생과 고통을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다른 존재를 키우는 일은 부모에게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차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부모를 성숙하게 한다. 비단 부모뿐만이 아니라, 입양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사회를 한층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입양은 자신이 낳지 않았을 뿐, 자식과 부모사이가 연결되는 또하나의 출산인 것이다.

/양재영 기자 qpwodudqp@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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