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 냄새 물씬한 위즈덤 하우스의 아침 /사진 송은석 기자 insomniaboy@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어울리게 자신도 독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연돌씨. 하지만 한동안 서점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그였기에 진열돼있는 서적 중 무엇을 선택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개성 있는 디자인과 톡톡 튀는 내용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책들 속에서 그는 한참동안 고민에 빠졌는데…. 이처럼 각기 다른 내용만큼이나 다양한 디자인의 도서들. 이 책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 마음의 양식으로 자라나는 것일까?

출판 과정은 크게 편집과 마케팅, 두 가지 과정으로 나눠지고, 편집과정은 다시 기획, 편집, 디자인 그리고 제작 과정으로 세분화된다.

‘기획’은 어떤 책을 만들까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기획자들은 어떤 분야의 도서를 어떤 독자층에 맞춰 출판할지를 의논하며, 이를 위해 저자나 영업부와의 상의를 거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기획자들은 내용은 좋지만 출판시 이윤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책을 두고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도서출판 위즈덤하우스(아래 위즈덤하우스) 기획편집팀 이효선 과장은 “출판사도 기업이다 보니 이윤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그 이윤으로 수익성은 없지만 가치 있는 서적을 펴내려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획이 끝나면 저자에게 글을 의뢰해 원고를 받고 제작 방식, 사진 및 일러스트 배치 등 책의 전반적인 틀을 결정하는 ‘편집’과정에 들어간다. 이 과장은 “편집자는 일종의 ‘코디네이터’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편집은 전체 책 구성을 파악해서 각 담당부서로 의견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편집을 통해 책의 전반적인 틀이 잡히면 디자인팀이 표지 구성뿐 아니라, 글자 서체, 조판 등 책의 기본 형태를 잡는 ‘디자인’작업을 하게 된다. 이러한 디자인 작업은 기획이나 편집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작업으로, 편집자와 마케팅팀과의 조율이 필수적이다. 위즈덤 하우스 디자인팀 김정숙 차장은 “디자인 작업 중 편집자와 디자이너, 마케팅팀간의 책에 대한 구상이 상충될 때 가장 힘들다”며, “하지만 책이라는 한 목표를 가지고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출판 디자인도 다른 분야와 호흡을 맞춘다는 전제 하에 개성을 가지고 작업해야 한다”고 밝혔다.

책의 편집이 끝나면 이제 편집안대로 책을 ‘제작’하게 된다. 하지만 각각의 책에 맞는 용지 종류와 크기, 그리고 색감을 조정하는 것에 따라 상당히 미묘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편집안 그대로 책을 제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이제 본격적인 책의 판매에 들어가게 된다. 판매를 담당하는 ‘마케팅’팀은 곳곳에 홍보물을 뿌리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서점에서 좋은 진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등 신간을 어떻게든 대중에게 많이 노출시키려 한다.  또한 책이 많이 서점에 공급되도록 거래처 관리와 수금업무, 그리고 반품 관련 일까지 담당한다. 위즈덤 하우스 홍보팀 임태순 대리는 “요즘은 영업보다는 마케팅의 측면이 강화되고 있다”며, “시대 흐름이 책을 잘 읽지 않는 분위기이다 보니, 자연히 출판 쪽에서도 마케팅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야 비로소 한 권의 책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벼를 키워주신 농부 아저씨께 감사하면서 먹어라”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기억한다면, 이제 우리의 마음의 양식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잘 읽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글 김정하 기자 boychun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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