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출 vs 유에서 새로움을 산출’ 최근 가수 MC몽과 이승철의 노래가 타 가수의 곡을 베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가요계에 표절 논란이 일었다. 특히 MC몽의 노래는 결국 법원에서 표절이라고 판결까지 나면서 세간에 ‘문화에서의 표절’이라는 주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렸다. 잊었다 싶으면 한번 씩 고개를 드는 표절 논란. 문화에 있어서의 창작과 베끼기의 경계는 어디며 그 둘 사이의 줄다리기는 언제
끝이 나는 것일까.
국어사전에서 표절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씀’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문화 전반에 있어서는 그 범위를 부정적으로 ‘베끼는 모든 것’이라고 확장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베끼기는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
문학에서의 표절, 교수의 논문 베끼기, 산업 스파이, 일본 TV프로그램 베끼기 등 우리 주변에는 많은 ‘도둑’들이 있다. 상경대 락밴드
‘헤드락’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김진호씨(경제·05)는 “표절은 근절해야 할 행위이며 분노를 느낀다”고까지 말한다.
한편, 이러한 창조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이 도움이 된다. 이 강사는 “창작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함께 필요한 것이 전문성과
아이디어인데 이것은 풍부한 소양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하지만 문(文)·사(史)·철(哲)이야말로 새로운 생각의 원천이요
씨앗이다. 「주몽」, 「황진이」 등의 드라마와 많은 영화들은 인문학적 소재에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고 서양의 많은 화가들은 그리스 신화의 장면들을
그려왔다. 애니매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등의 모티프를 일본의 고전과 문화사에서 많이 따온다. 이처럼 인문학은
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토양이다. 문화가 ‘공학’이라면 인문학은 그 배경이 되는 ‘기초과학’이다.
문화의 창작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괴테마저도 “남에게서 빌린 것을 빼면 내게 남은 것은 아주 조금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진정한 창의력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잘 이용하고 없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됐지만,
우리는 남이 떠놓은 물을 쉽게 쓰기보단 힘들어도 내 우물을 파야 한다. 창조의 고통을 느껴 본 사람만이 그 물의 시원함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표절과 모방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때다.